신수정의 문학사의 한 컷2 : 강을 건넌다는 것 – 여성의 욕망의 출발점: 전경린의 「강변마을」

“조심해야 해.” 외삼촌이 모두에게 주의를 주었다. 외삼촌은 나를 안고 그의 친구들은 오빠를 목말 태우고 걸어 들어갔다. 강물이 가슴까지 올라왔을 때 두려움이 몰려왔다. 외삼촌은 꽉 끌어안은 나를 뒤로 돌려 목말을 태웠다. 그곳에서 보는 강물은 끝없이 길고 막막하게 넓고 물결은 무겁고 흐름은 빨랐다. 물결이 어깨까지 올라왔을 때 외삼촌의 몸이 균형을 잃는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외삼촌이 나를…

신수정의 문학사의 한 컷1 : 부네에게 – 서러운 성장, 흐느끼는 주체

오정희의 단편 「유년의 뜰」에 등장하는 부네, 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네의 자살이 좀더 사실에 부합할 듯하다. 인용문에서 보듯 그녀는 ‘보이지 않는’ 인물에 가깝다. 소설의 어린 화자 ‘나’는 그녀가 갇혀 있는 방 안쪽을 볼 수 없다. ‘나’는 다만 안쪽에서 ‘어른대는 그림자’를 얼핏 본 것 같을 뿐이다. 그렇다고 부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문학비평가 김화영 선생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고 불리는 시간대가 존재한다. 해가 설핏 기울기 시작하고 땅거미가 내리면 저만큼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 미묘한 순간이 발생하는데 바로 그 순간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이 시간은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니다. 낮이라고 하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