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의 문학사의 한 컷1 : 부네에게 – 서러운 성장, 흐느끼는 주체

오정희의 단편 「유년의 뜰」에 등장하는 부네, 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네의 자살이 좀더 사실에 부합할 듯하다. 인용문에서 보듯 그녀는 ‘보이지 않는’ 인물에 가깝다. 소설의 어린 화자 ‘나’는 그녀가 갇혀 있는 방 안쪽을 볼 수 없다. ‘나’는 다만 안쪽에서 ‘어른대는 그림자’를 얼핏 본 것 같을 뿐이다. 그렇다고 부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문학비평가 김화영 선생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고 불리는 시간대가 존재한다. 해가 설핏 기울기 시작하고 땅거미가 내리면 저만큼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 미묘한 순간이 발생하는데 바로 그 순간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이 시간은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니다. 낮이라고 하기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