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관이 살아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어린 시절, 그러니까 1970년대 초반 무렵 목포역 오거리 인근에 허바허바사장이 있었다. 근처를 지날 때마다 나는 ‘사장님이 외국인인가?’, 이렇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사장이 직위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사진관을 뜻하는 사장(寫場)임을 알게 됐지만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물론 그 때도 사진관이라는 명칭이 훨씬 보편적이긴 했다. 요즘도 그렇다. 전통적인 이름의 사진관이 다수지만 포토…

사진첩이 사라졌다

사진첩이 사라지고 있다. 아니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미 일상의 기념사진을 모아 앨범 속에 간직하는 행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졸업앨범을 만들거나 하는 ‘제도’로서의 사진첩은 남아있지만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게다가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기 위해 그 사진첩을 들춰보는 이는 거의 없다. ‘기념사진’이 가족의 유대를 강화시켜 주는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부르디외의 사회학적 진단은 이제 ‘낡은’ 학설이 됐다. 무엇이 이런…

사진과 디지털 코드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사진에 생겨난 가장 큰 변화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지배다. 모든 정보를 0과 1의 조합으로 변환시켜 저장하는 디지털 기술은 사진의 생산과 유통, 소비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그 변화는 때로는 더디게, 때로는 급격히 진행됐으며, 일상에서부터 예술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영역을 파고들었다. 디지털 기술은 단지 물리적인 변화만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감성을…

책, 벽, 모니터

사진의 수용과 유통방식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진은 책과 같은 인쇄물의 형태로 유통되다가 현대미술과 맞물리면서 벽에 걸리기 시작했으며,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모니터를 주 매체로 채택했다. 책과 벽, 모니터는 현재 사진의 수용과 유통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매체다. 이 세 가지 방식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지만 상황이 달라질 것임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머지않아 모니터가 사진의 유통을 지배하게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