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석의 사진살롱 20 – 황철, 도화서(圖畫署) 혁파(革罷)를 주장하다?

석지 채용신, <고종황제어진>, Color on silk, 33☓46.2cm, 1920, signed and sealed on the reverse, 고종황제 49세(1901년)때 제작한 어진을 모사한 그림 황철(黃鐵, 1864~1930) 선생은 우리나라 사진도입의 선구자 중 한분입니다. 집안이 원래 광산(鑛山)을 경영하고 있었고, 1882년 근대화를 추진 중이던 조선정부의 권유로 광산기계를 시찰하고 수입하기 위해 중국의 텐진(天津)을 방문했습니다. 기계 구입을 마친 황철은 근대 문물을 돌아보기 위해 베이징(北京)을…

한국사진은 불교를 어떻게 표상하는가

주명덕, 합천가야산 해인사, 젤라틴실버프린트, 1987 한국 불교의 전통과 미학이 처음 사진으로 온전히 기록된 첫 작업은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 있던 1940년이었습니다. 물론 간헐적으로 불교 관련 사진을 찍은 사진가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기록이었습니다. 시각적 측면에서 볼 때 사찰과 스님 그리고 불상 등으로 이루어진 불교 자체를 주제로 삼은 사진 작업은 찾기 어렵습니다. 소화(韶和) 15년 그러니까 1940년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가 출간한…

박주석의 사진살롱 19 – 백련(白蓮) 지운영(池雲英) 외전 2

지운영, <장송낙일>, 1917년, 비단에 수묵담채, 134.2 × 38.5 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황철, 지운영 합작, <산수도>, 1932, 비단에 채색, 250.0×84.0cm, 일본 사노시향토박물관(佐野市郷土博物館) 소장 지운영 선생이 환갑을 맞아 관악산 삼막사(三幕寺)에 백련암을 짓고 은거에 들어간 때가 1912년이었습니다. 경술국치를 겪고 일단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때부터 그림에 천착해서 많은 서화 작품을 남겼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장송낙일도(長松落日圖)>입니다. 말을 탄 채 해질 무렵…

박주석의 사진살롱 18 – 설봉 지운영 외전(外傳) 1

지운영, 산림초옥도(山林草屋圖), 1880년대, 비단에 먹, 국립진주박물관 소장 夙視永綃上, 微芒生川嶽. 急捉斧劈毫, 揮灑神有學. 孤松弄澗漪, 荒竹鳴風雹. 此境蒼而寒, 居人拙且樸. 苔紋上几席, 茅宇擁芳葯. 山深不設門, 烟景何杳邈.點綴多空幻, 恥從古家學. 若具卞和眼, 誰無荊山樸. 平安古城旅次楢林先生大雅法鑒, 朝鮮遊客池運永詩書畵, 위 글은 우리나라 사진도입의 선구자인 설봉 지운영(雪峰 池雲英, 1852~1935) 선생의 그림 산림초옥도(山林草屋圖)에 써넣은 시(詩) 전문입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의 근대서화 관련 전시를 하면서 이 작품을 걸었습니다. 다음 글은 위의 시를 박물관이 번역,…

박주석의 사진살롱 17 – 사진과 누드 그리고 관음증

정운봉, 누드걸작100선집 표지, 1995 # 장면 1. 일제식민지 시기인 1927년 지금은 딴 나라인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던 동해공립보통학교에서 학교의 존폐문제까지 거론된 사진에 관련된 엽기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6학년 학생이던 허길순(許吉順, 19세)이란 여학생이 동옥산(董玉山, 18세)이란 남자에게서 염서(艶書,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를 받았는데, 학생의 집에서 성씨인 동(董)이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다니던 학교의…

박주석의 사진살롱 16 – 명성황후 사진의 실존과 진위 논란 2

먼저 4장의 사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19세기 말 서구의 잡지나 신문 그리고 여행기 같은 책 등에 실린 사진으로 사진 설명이 “명성황후”로 나와 있는 예입니다. 다음으로 다른 4장의 사진을 소개합니다. 같은 시기 서구의 매체들에 실린 것으로 사진 설명이 굳이 번역하자면 “조선의 궁녀” 또는 “조선의 여인” 정도로 소개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위 사진들을 보면 일부는 사진 그 자체로 인쇄되어…

정기세미나의 의미

강용석, 선전촌 사진, 2000-2006   “2019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정기세미나”를 맞아 행사의 목적과 의미 등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세미나는 ‘2019년 4월 24일 오후 3시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명지대학교 행정동 3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합니다. 사진작가 두 분을 초대해서 발표를 듣습니다. 헌데 세미나에 ‘왜’ 작가일까요? 오늘날 사진은 ‘단지’ 일개 매체에 불과하지 않습니다. 현대미술은 사진을 이미 동시대의 가장 중요한 예술…

박주석의 사진살롱 15 – 명성황후 사진의 실존과 진위 논란 1

일제 치하에 있던 1935년, 『조선일보』의 1월 1일자 신년호에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사진 두 장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실렸습니다. 60년 전 설날을 지내는 풍습을 다룬 특집 기사 중 하나였습니다. 두 장 모두 ‘명성황후’의 모습인지 여부로 지난 몇 십년간 숱하게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진들입니다. 당시 신문의 기사를 요즘 말로 번안해서 그대로 옮겨봅니다. 「규중에 숨은 고운 각시들」…

박주석의 사진살롱 14 – 우리나라 두 번째 여성사진사 이홍경

여인의 초상-경성사진관-1920년 추정 1919년에서 1921년 사이에 당시 종로 인사동에 있던 <경성사진관>에서 찍은 여성의 초상사진입니다. 현재 <한미사진미술관>의 소장품이고, 1998년 <한국사진사연구소>가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주최한 ‘한국사진역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사진입니다. 한복을 차려입고 웃는 모습으로 포즈를 취한 젊은 조선여성의 사진으로, 대지에 인화한 사진을 붙였고 이래 부분에는 사진관 이름과 사진사 이름이 박혀 있습니다. 우측에는 인사동 <경성사진관>이란 이름이 영어와 한자로 있고, 전화번호가…

박주석의 사진살롱 13 – 비운의 주인공 『카메라예술』의 발행인 천재성(天再成)

카메라예술 창간호 1967년 10월호 근대사회는 본질적으로 각자가 맡은 바 사회의 제 영역에 걸친 다양한 직업들로 이루어지고, 각 직업은 그에 따른 가치와 윤리가 있습니다. 그 가치와 윤리는 상호 보완적일 수도 있고, 상호 충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급박한 화재의 현장에 있을 때 소방관은 불을 끄고 인명을 구조하는 역할을 사명감을 갖고 성실히 수행함이 그 직업의 윤리이고, 현장의 사진기자는 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