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디지털 코드

21세기로 접어들면서 사진에 생겨난 가장 큰 변화는 두말 할 나위 없이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지배다. 모든 정보를 0과 1의 조합으로 변환시켜 저장하는 디지털 기술은 사진의 생산과 유통, 소비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그 변화는 때로는 더디게, 때로는 급격히 진행됐으며, 일상에서부터 예술에 이르기까지 삶의 다양한 영역을 파고들었다. 디지털 기술은 단지 물리적인 변화만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감성을…

전시 /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 MMCA덕수궁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MMCA덕수궁, 2018.11.15~ 2019.02.06 격정과 낭만의 대한제국시대, 예술의 빛을 비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대한제국의 미술-빛의 길을 꿈꾸다> 전을 2018년 11월 15일부터 2019년 2월 6일까지 MMCA덕수궁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는 대한제국시대(1897~1910)라 불리는 고종과 순종 시기의 궁중미술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대한제국의 짧은 성쇠, 그리고 일제강점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그간 이 시기는 조선 시대의 우수한 미술 전통이 급격히 기운 것으로…

주명덕이 찍은 뒤태의 초상사진과 조선후기 풍속화

주명덕, 법정스님, 1976 주명덕, 서양화가 김종학, 1966 주명덕은 우리시대 사진 예술계의 원로이다. 또한 자타가 공인하듯이, 주명덕의 사진 작업 자체를 그대로 20세기 후반의 한국사진사로 여겨도 좋을 만큼의 내로라하는 거장이다. ‘기록성과 사실성’을 사진작업의 정점으로 삼아 한국의 리얼리즘 사진을 발전시켰고, 민족사진으로서 한국적인 영상을 재창조한 대표 작가로 손꼽을 만하기 때문이다. 주명덕의 인물초상사진은 주로 한국적인 것에 천착했던 시절에 찍은 만큼,…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문학비평가 김화영 선생에 따르면,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heure entre chien et loup)’이라고 불리는 시간대가 존재한다. 해가 설핏 기울기 시작하고 땅거미가 내리면 저만큼 보이는 짐승이 개인지 늑대인지 잘 분간이 가지 않는 미묘한 순간이 발생하는데 바로 그 순간이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는 것이다. 짐작할 수 있는 대로, 이 시간은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니다. 낮이라고 하기엔…

책, 벽, 모니터

사진의 수용과 유통방식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진은 책과 같은 인쇄물의 형태로 유통되다가 현대미술과 맞물리면서 벽에 걸리기 시작했으며,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모니터를 주 매체로 채택했다. 책과 벽, 모니터는 현재 사진의 수용과 유통을 지배하는 대표적인 매체다. 이 세 가지 방식이 균형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지만 상황이 달라질 것임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머지않아 모니터가 사진의 유통을 지배하게 될…

오경석의 사진과 매휘립

역매(亦梅) 오경석(吳慶錫, 1831~1879) : 본관은 해주(海州). 자는 원거(元秬), 호는 역매(亦梅)·진재(鎭齋)·천죽재(天竹齋) 등을 썼고, 서울 출신이다. 아버지는 당상역관이며 지중추부사를 지낸 오응현(吳膺賢)이고, 아들은 3·1운동 33인의 한 사람인 오세창(吳世昌)이다. 조선 말기의 개화사상의 비조라 할 수 있다. 이상적(李尙迪)의 문하에서 한어(漢語)와 서화를 공부했고, 가학(家學)으로 박제가(朴齊家)의 실학을 공부했다. 1846년(헌종12) 역과(譯科)에 합격해 역관으로 활동했고, 1853년(철종4) 4월 북경 행 사신의 역관으로 청나라를 방문한 이래…

사진기록의 가치와 기술의 발전

사진이 기록으로서 우리 사회에 주는 가치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만일 신라, 고구려, 백제, 또는 고조선 시대의 사진이 남아 있다고 하면, 역사가 얼마나 더 풍부하게 살아있을 수 있을까 상상해보면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오래전에 남겨진 사진들이 우리에게 주는 정보와 감동은 매우 크다. 그러나 사진은 그 자체로서 정보를 담고는 있으나,…

카메라 옵스쿠라와 〈이기양 초상〉 초본

〈이기양 초상〉초본의 새로운 발견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茯菴 李基讓(1744-1802)은 李德馨의 7대손으로, 양명학을 수용한 星湖學派로 분류되는 문인 관료이다. 星湖 李瀷(1681-1763)의 학문을 이을 차세대로 지목되기도 했고, 정조는 체재공의 후계자로 지목했을 정도로 이기양을 등용했다. 1799년 10월 進賀副使로 연경에 다녀오면서 목화를 대량으로 따는 기계 씨아차인 彔棉攪車를 들여왔고, 과학과 실용정신이 높은 문인으로도 알려졌다. 辛酉邪獄때 西敎와 관련하여 투옥되었다가 이듬해(1802) 단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