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진에서의 휴머니즘과 인간 가족전의 수용 (2) The Intersection of Humanism and the Reception of the Family of Man in 1950s Korean Photography
09/08/2021
/ 오혜리

한국 사진에서의 휴머니즘과 인간 가족전의 수용 (2)

The Intersection of Humanism and the Reception of the Family of Man in 1950s Korean Photography

 

3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1955년 1월에 전시는 마침내 대중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503장의 사진은 인간 삶의 통과 의례 즉, 출생, 성장, 결혼, 죽음 등을 비롯하여 사랑, 신념, 행복, 희망 등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삶의 가치를 시각화 한다.(각주 1)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는 종교, 혁명, 선거, 어린이들의 이미지에서, 낙관적인 미래와 평화는 전시 도록과 전시장 곳곳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피리를 부는 페루인의 모습과 일상 속 인간의 화합적 모습을 통해 강조되었다. ‘휴머니티의 장엄한 해연’(grand canyon of humanity)(각주 2)을 재현하겠다는 전시의 핵심 서사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통하여 전세계 인류의 공통된 경험을 담아내며 가시화된다.

인본주의적 해석이 가능한 사진 이미지와 함께 성경, 노자, 토마스 제퍼슨, 셰익스피어, 제임스 조이스, 안네 프랑크의 일기 등에서 발췌한 인용구들은 관객에게 삶의 통찰력을 제시하며 전시의 근본적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서 채택되었다. 이러한 기획을 통해 인간 가족전은 인종과, 국가, 역사, 사회적 배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관객의 감정과 정서에 호소력을 갖기에 충분했으며 의사소통의 가치 있는 중요한 도구로서 기능하였다.(각주 3)

 

Fig.4 인간 가족전 전시장 모습, 뉴욕, Museum of Modern Art, 1955, 롤프 피터슨 사진. MOMA 아카이브.

인간 가족전 전시 도록의 서문에서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 1878-1967)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

“There is only one man in the world

and his name is All Men

There is only one woman in the world

and her name is All Women

There is only one child in the world

and the child’s name is All Children.”(각주 4)

Fig.5 인간가족전 도록 표지, 1955.

이러한 전시 주제가 채택된 것에 대해서는 시대적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시가 기획된 1950년대는 세계 2차 대전의 여파로 황폐화된 세계를 재건하는 시기였다.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예술은 인간에게 정서적, 심리적, 지적, 사회적인 성장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치와 미래가 불확실한 냉전 시기에 예술은 인간의 상처 받은 영혼을 치유하고 휴머니즘적 가치를 지지하는 사회 문화적 효용을 갖는다. 전 세계를 하나의 가족으로 통합하는 ‘인간 가족’(family)이라는 개념은 20세기 중반에 인류가 경험한 비극적인 과거를 치유하는 동시에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고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Fig.6 인간 가족전 전시장 모습, 뉴욕, Museum of Modern Art, 1955, 롤프 피터슨 사진. MOMA 아카이브.

전시는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사진적으로 재현하였다는 점에서 세계의 관객은 열광했다. 그러나 대중적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비평가들로부터는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전시에 포함된 사진들이 본래의 의미를 갖는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맥락과 분리되어 피상적이며 감상적인 인간 가족이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재구성 되었다는 것이다.(각주 5)

이같은 맥락에서 사진 비평가인 알란 세큘라(Allan Sekula, 1951-2013)의 사진에 대한 정의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세큘라에 따르면, 사진이 과학 기술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현실을 기록하는 매체임에는 분명하지만 사진은 보편성, 객관성이 아닌 특정 시대의 전세계를 지배하는 힘의 논리에 따른 의도적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각주 6)

사진은 그 자체로는 미완성된 언설이다. 사진의 의미와 가치는 사진 이미지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안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사진의 효용 가치와 해석 또한 사회 문화적인 담론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인간 가족전 또한 특정한 역사적, 정치적, 국제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한 담론의 산물이었다. 세계 양차 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 등 여타의 서방 세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은 미국이 냉전 시대의 첨예한 대립 속에 새로운 세계 질서의 패권국이 되었고 뉴욕은 문화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인간가족전의 세계 각지로의 순회 전시는 미국 정보국(USIA: The US Information Agency)의 후원으로 가능 했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USIA는 1953년에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국제 관계와 해외 정책을 개발하는 임무를 가진 기구로서 설립되었다.(각주 7) 결국, 지구촌 인간 한 가족이라는 휴머니즘적 개념은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적인 리더쉽 하에 세계의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에 미국의 정치, 문화적 패권을 가시화한 효과적인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3편에 계속)

1 Edward Steichen, The Family of Man (New York: Museum of Modern Art, 1955), 4–5; and “Photography: Witness and Recorder of Humanity,” Wisconsin Magazine of History 41, no. 3 (Spring 1958): 159–167.

2 Carl Sandburg, prologue to The Family of Man (New York: Museum of Modern Art, 1955), 3.

3 Monique Berlier, “The Family of Man: Readings of an Exhibition,” in Picturing the Past: Media, History and Photography, ed. Bonnie Brennen and Hanno Hardt (Urbana: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1999), 218.

4 Carl Sandburg, prologue to The Family of Man (New York: Museum of Modern Art, 1955), 3.

5 Berlier, “The Family of Man: Readings of an Exhibition,” 221.

6 Allan Sekula, “Traffic in Photographs,” in Photography Against the Grain: Essays and Photo Works 19731983 (Halifax: Press of the Nova Scotia College of Art and Design, 1984), 96.

7 For details of the USIA, see Robert Elder, The Information Machine: The United States Information Agency and American Foreign Policy (Syracuse, NY: Syracuse University Press, 1968).

 

오혜리

Ph.D.,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inghamton

전 Indiana University of Pennsylvania 조교수

현재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