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힌 적이 없는 자들의 사진
06/02/2021
/ 박평종

아우구스투스 황제, 다니엘 보샤트

예수, 바스 우테르비크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제작 플랫폼들이 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아트브리더(Artbreeder)로, 사용자가 사진을 업로드하고 원하는 조건을 선택하면 그에 부합하는 ‘맞춤형’ 이미지를 무작위로 제공한다. 여기에 사용된 핵심 기술은 StyleGAN과 BigGAN이다. StyleGAN은 이미지 합성을 통제하기 위해 학습 과정에서 각 레이어마다 해당 이미지의 스타일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생성모델이다. 예컨대 거친 해상도 단계에서는 성별이나 포즈 등을, 중간 해상도 단계에서는 얼굴의 부분적인 특징이나 헤어스타일을, 미세 해상도 단계에서는 눈동자 색깔이나 머리카락 색깔, 그 밖의 미시적 특징을 조절한다. 이미지는 스타일의 조합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셈이다. StyleGAN 기반 이미지 생성 알고리즘을 활용한 대표적인 플랫폼은 앤비디아가 개발한 “Generated Photos”로 2021년 현재 260만 장 이상의 인물사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BigGAN은 생성 이미지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2019년에 개발된 모델인데, GAN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지표 IS(Inception Score)와 FID(Fréchet Inception Distance)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바 있다.

아트브리더는 접근성도 좋고 이미지의 품질과 다양성 측면에서도 뛰어나 활용 가능성이 높다. 이 플랫폼을 예술 창작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작가들도 늘고 있다. 캐나다의 다니엘 보샤트(Daniel Voschart)는 <로마 황제 프로젝트(Roman Emperors Project)>에 이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보샤트는 우선 54명의 로마 황제들에 대한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고 그들이 살아생전에 제작됐던 흉상 조각들을 기계학습 데이터(사진)로 변환시켰다. 대략 800점 정도의 이미지가 사용됐다. 살아생전의 흉상이 없는 경우 동전에 묘사된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 이미지를 아트브리더에 업로드하여 생성된 이미지는 ‘거의’ 사진처럼 보인다. 사진이 없었던 시대에 살았던 고대 로마 황제들의 ‘사진’이 나온 셈인데, 보샤트는 이 파일을 프린트로 제작하여 에디션을 부여한 후 작품으로 내놓았다.

람세스 2세와 네페르타리

자유의 여신상

네델란드의 사진작가 바스 우테르비크(Bas Uterwijk)도 아트브리더를 적극 활용한다. <AI Generated Portraits> 시리즈가 그 예로 이 작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친숙한 얼굴(Familiar Faces)>연작으로 반 고흐, 예수, 나폴레옹, 엘리자베스 여왕(1세) 등의 ‘사진’이다. 둘째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e Fungible Tokens)>, 제목이 암시하듯 암호 화폐 방식으로 자동 생성된 ‘가상’의 인물사진이다. 두 작업 모두 아트브리더의 GAN 알고리즘이 활용됐다. 예수의 ‘사진’은 유럽 각 성당에 있는 이콘화가 바탕이고, 16세기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생전에 제작됐던 다수의 초상화가 학습 데이터로 활용됐다. 심지어는 자유의 여신상 조각을 학습시켜 제작한 ‘여신’의 사진도 작품 목록에 들어있다. 고대 이집트 람세스 2세의 왕비였던 네페르타리의 사진, 카이사르의 사진, 킹 알렉산더의 사진도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이 허구와 가상의 영역을 넘나들던 때도 사진에 대한 ‘보편적 통념’은 여전히 확고했다. 요컨대 사진은 카메라 앞에 실제 존재했던 대상만을 찍는다는 것이다. 사진이 지닌 ‘인증’의 힘은 거기서 나온다. 그런데 이제 사진 발명 이전의 인물, 말하자면 한 번도 사진 찍힌 적이 없었던 인물의 사진이 생산되고 있다. ‘고전적인’ 사진 패러다임에 비추어 보면 이 이미지는 사진이라 할 수 없다. 그냥 사진처럼 보이는 이미지일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 ‘생성 이미지’를 무어라 불러야 할까? ‘사진 같은 이미지’이기는 하다. 예컨대 보샤트의 <로마 황제 프로젝트>의 공식명칭에는 앞에 ‘Photoreal’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있다. 게다가 수많은 GAN의 변형 알고리즘들은 대체로 이 ‘포토리얼리스틱’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다. 사진에 대한 ‘고전적인’ 개념은 어쩌면 19-20세기의 유산일지도 모르겠다. 실재를 시간과 더불어 통째로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이 그 시대에는 ‘경이’로운 일이었겠지만 이제 그 정도는 별로 놀랍지 않다. 어쨌든 중요한 문제는 알고리즘이 생산한 이미지가 사진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진처럼 보이느냐에 있다. 물론 사진이냐 아니냐는 중요하다. 지금도 여전히 그에 따라 진실이 판가름 나니까. 그런데 그 차원을 벗어나면 그런 규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진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바뀔지도 모르겠다.

박평종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