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석의 사진살롱 49 – 최초로 신문에 사진을 게재한 『그리스도신문』
05/04/2021
/ 박주석

「증기선도」, 『그리스도신문』 1901년 8월 8일자 지면, 연세대학교 도서관 소장.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기 직전인 1897년 4월 1일 창간한 『그리스도신문』은 지면에 사진을 게재한 한국 최초의 신문이었습니다. 창간에 맞추어 고종의 어사진(御寫眞)을 석판으로 인쇄해서 특별판으로 배포한 적도 있습니다만, 1901년에 들어서야 『그리스도신문』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동시에 인쇄한 지면을 선보였습니다. 위에 소개한 지면은 당시로서는 첨단의 문명인 거대한 증기선 사진을 싣고, 옆에 관련 설명 기사를 붙인 모습입니다. 사진에 관한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배는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다니는 배인데, 위태한 바다에는 다니지 아니하고 평안한 바다에만 다니느라고 사치하고 화려하게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민즉슨 천하에 제일 구경할만한 배라. 값이 이백만 원인데 허다한 전기등과 유명한 풍류가 있나니 사람의 공교한 뜻과 재주로 이에서 더 지나갈 게 없으리로다. 이 배가 시방 뉴욕서 떠나 천하에 제일 큰 브루클린 다리 밑으로 지나는데 사람들이 다리에 올라서 구경하오.”

 

목판 인쇄물이어서 일반 사진과 같은 디테일은 없습니다만, 사진을 들여다보면 증기선이 항해할 때에 일어나는 물결, 배가 항진하는 것처럼 바람에 깃발과 굴뚝의 연기가 펄럭이고 흩날리는 모습, 그리고 하늘의 구름까지 그려 넣었습니다. 마치 실제 사진을 보는 것 같은 훌륭한 목판제작 기술을 발휘했습니다. 1901년은 우리나라에 아직 사진제판술이 들어오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저본으로 이미지를 목각해서 찍어냈습니다. 사진이미지 대량복제 시대의 개막이었습니다.

목판을 이용한 사진인쇄는 사진을 밑그림으로 삼아서 목판에 선으로 판각하고 잉크로 찍어내는 우드 인그레빙(wood engraving) 기법입니다. 나무판에 사진을 보고 밑그림을 그린 후 반대 방향으로 음영과 살을 붙여 조각하는 방식으로 흰 부분을 남겨 형태를 나타냈습니다. 다시 말해 먼저 화가가 사진을 보고 목판에 똑같이 그림을 그려놓으면, 조각가가 그림을 따라 마치 도장을 파는 것처럼, 사진 모양으로 새겨 원판을 만드는 과정을 거칩니다. 18세기 중엽부터 서양에서 신문과 잡지에 널리 사용되던 판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스도신문』은 이렇게 만든 목판을 납 활자로 구성한 텍스트 부분과 합쳐 조판(組版)을 하고 동시에 찍어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망판인쇄법(Halftone Process)의 등장 이전에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동시 인쇄가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리스도신문』 창간호, 1897년 4월 1일자, 지면, 연세대학교 도서관 소장.

『그리스도신문』은 미국 장로교 소속 선교사 그랜트 언더우드(Horace Grant Underwood, 1859~1916, 한국명 元杜尤)가 기독교 선교의 목적으로 창간한 순 국문 신문이었습니다. 창간호에 명기한 오늘날 개념의 판권란 내용을 보면, 신문의 제호는 『그리스도신문』, 영문명은 『The Christian News』, 발행지는 서울, 발행일은 매주 목요일, 편집인은 언더우드, 경영 및 운영 책임은 빈튼(C. C. Vinton), 발행처는 정동(貞洞) 언더우드 집, 구독료는 한 호에 엽전으로 한 돈 반, 한 달 치는 엽전 닷 돈이었습니다. 1년을 정기구독하면 엽전 다섯 냥이었습니다.

박주석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