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 주명덕 사진전 《집》
04/21/2021
/ News

 “집은 우리의 삶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긴 하루를 보내고 돌아갈 수 있는 개인의 안식처이자

그 시작과 끝이 하나로 이어져 안심하며 머물 수 있는 곳, 삶의 흔적들이 몸을 이룬 그 곳은

한사람의 고유한 존재 방식입니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산과 들,

이웃과 함께 오가던 길, 집을 둘러싼 안과 밖이 서로 관계 맺으며

세월을 따라 한 점에서 그 점을 둘러싼 우주로 점차 넓고 조화롭게 퍼져 나갑니다.”

-주상연_닻 미술관 관장
(주상연, “다시, 집으로”, 주명덕 [집] 전시 카타로그, 닻 프레스, 2021)

 

주명덕의 사진전 [집]이 경기도 광주 진새골에 위치한 닻미술관에서 2021410일부터 627일까지 관객들과 마주한다. 작가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촬영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산과 들을 배경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우리의 옛 초가집이나 기와집의 모습, 논밭 사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마을 길, 군더더기 없는 집 내부의 소박한 모습 등이 작가의 시선을 통해 정갈하고 담백하게 표현되어 있다. 현재의 분주하고 복잡한 도시의 일상과는 다르지만 우리 개개인의 기억과 공통된 기억 속에 분명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그 공간과 지나간 시간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작가 주명덕은 “우리 겨레가 마음 깊이 지니고 있는 마음 속의 풍요로운 조국을 나의 사진을 통해서라도 그대로 전해 주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북녘땅 황해도 안악 고을이 어머니의 고향이며 자신의 고향이기도 하다는 그는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삶의 대부분을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그는 여전히 작품을 통해 ‘고향’ 의 의미에 대해 ‘조국’ 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리움’의 의미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1966년 첫 개인전 “홀트씨 고아원” 을 시작으로 “한국의 가족”, “명시의 고향” 등 다수의 연작을 국내외에 선보인 주명덕은 한국의 영향력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대가로서 평가 받는다. 그의 작품에는 항상 사진 매체 자체에 대한 고민과 사회에 대한 인식이 담겨져 있다. 그가 작업을 할 때 오랫동안 영향을 준 인물로 일본 사진가이며 매그넘 회원으로 활동했던 하마야 히로시를 꼽는다는 점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주명덕은 대상의 ‘진실성’을 포착하는 매체로서의 사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진가이다. 그러나 주명덕 사진의 가치는 단순히 현실을 객관적으로 대상화 하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에게 사진은 그가 가진 생각을, 감성을, 깨달음을 표현하는 예술의 경지로 확장된다. 사진과 예술에 대한 정의와 차이점에 대해 기술한 Marius De Zayas가 “사진은 예술이 아니다. 그러나 사진은 예술이 될 수 있다”(Marius De Zayas, “Photography and Artistic-Photography”, in Classical Essays on Photography, ed. By Alan Trachtenberg (New Haven, Connecticut, 1980), 130.)라고 단언 했듯이, 주명덕에게 사진은 객관과 주관의 완벽한 조화를 바탕으로 한 예술로서 제시되고 있으며, 따라서 그의 작품들을 마주한 관객은 그러한 내적 표현 마저도 고스란히 소통하게 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발명 당시부터 사진은 지나가는 시간을 기록하며 기억의 기제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주명덕의 전시 []은 관객으로 하여금 개인의 추억 뿐 아니라 우리의 공통된 기억과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감정적 공감 마저도 이끌어낸다. 또한 그의 작품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과거와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에 사라질 변화와 그 불확실성에 대해 심리적인 위안을 건네주는 시각적 호소력 마저 보여준다.

 

 

오혜리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전임연구원)

사진출처 : 닻 미술관

>닻 미술관 주명덕 사진전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