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글의 마법이 시작됐다!
04/21/2021
/ 박평종

해리 포터의 마법사들이 구사하는 ‘초자연적인’ 마법과 그들이 ‘머글’이라 부르는 평범한 인간들의 과학기술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마법이 자연의 질서를 지배하는 물리적 법칙을 뛰어넘는 데 비해 과학은 그 법칙을 존중하고 충실히 따른다. 그런 머글의 눈에 마법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반대로 마법사의 눈에도 머글의 과학기술은 신통방통한 데가 있다. 물론 머글을 경멸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은 그 기술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치부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마법사의 세계가 머글의 세계에 비해 열등한 측면이 있다.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머글과 비교하자면 부엉이를 통해 편지를 전달하는 마법사들의 통신수단은 비록 낭만적이지만 얼마나 불편한가. 또한 비행기를 조종하여 수백 명씩 사람을 실어 나르는 머글의 기술에 비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법사들의 교통수단은 얼마나 열악한가. 뭐 그래도 텔레포트로 순간 이동을 하는 마법의 세계는 경이로운 구석이 있지만 말이다.

마법세계가 보여주는 또 다른 놀라움 중의 하나가 살아있는 사진이다. 해리 포터의 엄마는 죽었지만 사진 속에서는 항상 살아 움직이며 해리의 곁을 지킨다. 시리우스 블랙의 아즈카반 탈출 소식을 전하는 ‘예언자 일보’의 사진도 그렇다. 그것이 마법의 신비한 힘이다. 그런데 마법을 모르는 머글이 살아 움직이는 사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이 헤리티지(My Heritage)에서 개발한 딥 노스탤지어(Deep Nostalgia)가 그것이다. 마이 헤리티지는 이스라엘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플랫폼으로 가족의 역사를 찾아 수집, 보존하여 확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다. 사진을 비롯하여 DNA 검사 키트까지 동원하여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먼 친척’이나 인척 관계의 혈통을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딥 노스탤지어는 마이 헤리티지가 최근 개발한 알고리즘으로 사진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작고한 가족의 기념사진에 생생한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살아생전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여기에 사용된 기술은 복합적이다. 기존의 포토샵 기술과 각종 이미지 처리 앱,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머글의 마법’을 완성했다. 그 기술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퇴색하거나 희미해진 사진을 복원하기 위한 언페이드(Unfade) 스캐너다. 나아가 각종 사진 복원 소프트웨어를 통해 낡고 훼손된 사진이나 흑백사진을 컬러로 복원하는 기술을 추가했다. 다음은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생성모델인 GAN의 변형 알고리즘이다. 그 중 하나는 MoCoGAN으로 비디오 합성을 위해 특정한 동작과 이미지를 추출하여 학습시키는 생성 모델이다. 또 다른 핵심 기술로는 여러 장의 사진으로부터 말하는 사람의 연속 이미지를 합성해 내는 Few-Shot Learning 알고리즘이 있다. ‘살아있는 초상’을 생성해 내는 GAN 알고리즘의 일종이다.

딥 노스탤지어는 가족의 기념사진뿐만 아니라 이미 사망한 유명 인사의 생생한 얼굴 표정까지 합성하여 살아 움직이는 사람처럼 표현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마법의 세계에서나 상상할 수 있는 ‘죽은 사람’의 ‘살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머글의 마법’은 가짜, 요컨대 시물라크룸이다. 그러나 고인이 된 어머니가 눈앞에서 미소 짓거나 불행히도 먼저 세상을 떠난 연인이 윙크를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슴 뭉클한 경험이 될 것이다. 마법을 모르는 머글이 과학기술을 통해 마법을 실현시켰다고나 할까. 원리를 모르면 마법이고 알면 과학이다. 자력과 중력의 원리를 몰랐던 고대인들에게 자석은 마법이었으나 그 힘의 근원을 알고 있는 현대인에게 쇠붙이가 자석에 달라붙는 현상은 그저 기초 상식일 따름이니까.

다른 한편으로 딥 노스탤지어가 지닌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그 기술의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소위 딥 페이크의 고도화에 따른 각종 오남용과 위험성 때문이다. 당연한 우려다. 그러나 기술은 본래 중립적이고 쓰는 자의 윤리가 문제다. 경이로운 마법을 덤블도어는 선하게 사용하지만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는 악하게 쓰지 않던가. 말하자면 마법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위험하게 쓰는 자가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 ‘위험한 자’ 때문에 마법사들이 마법을 포기하지 않듯이 ‘위험한 머글’ 때문에 머글 전체가 과학기술을 버릴 필요는 없다. 머글에게 과학기술은 마법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박평종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