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석의 사진살롱 46 – 스미소니언박물관의 고종 어사진
03/04/2021
/ 박주석

김규진, <고종 황제 어사진>과 <순종 황태자 어사진>, 대지 위에 채색한 콜로디온실버프린트,
이미지 21.0×27.0cm, 대지 34.0×42.0cm, 1905, 프리어-새클러미술관 아카이브 소장.

전회에 <뉴어크미술관>의 고종 황제 어사진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소니언재단(Smithsonian Institution) 산하의 <프리어-새클러 갤러리 아카이브(Freer Gallery of Art and Arthur M. Sackler Gallery Archives)> 역시도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어사진 1점과 황태자의 어사진 1점에 원본 상태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고종과 순종의 어사진은 일본 메이지(明治)왕 부부의 사진과 청나라 서태후의 사진 그리고 다양한 여행 사진기록 앨범 등과 더불어서 <The Alice Roosevelt Longworth Collection of Photographs from the 1905 Taft Mission to Asia>라는 명칭의 컬렉션에 속해 있습니다. 

갤러리아카이브는 사진의 출처를 “1905년 가을 서울에서 열린 황제의 초청 연회에서 앨리스 루스벨트가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았으며, 황태자 순종의 사진도 같이 받았다”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앨리스 루스벨트는 1905년 아시아를 순방한 윌리엄 태프트 사절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했다”라고 역사적 사실관계를 덧붙였습니다. 또 사진을 찍은 사진가는 ‘Kim Kyujin, 1868~1993’이며, 한자 이름은 金圭鎭이라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이 사진들 역시도 해강(海岡) 김규진(金奎鎭, 1868~1933)이 찍고 만든 것이었습니다. 

1905년 미국 국토방위부 장관이었던 윌리엄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1857~1930, 미국 27대 대통령)를 대표로 하는 미국의 대규모 아시아 외교사절단이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이 사절단은 1905년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해서 일본과 필리핀 그리고 중국을 거쳐 9월 19일 서울에 도착했고, 이들 일행 중에는 당시 미국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1919) 대통령의 첫째 딸인 앨리스 루스벨트(Alice Roosevelt Longworth, 1884~1980)가 있었습니다. 이들을 맞이한 고종 황제는 대규모 연회를 베풀었습니다. 앨리스의 회고에 따르면 한국을 떠나기 직전인 9월 20일 고종은 미국의 공주로 생각한 자신을 별도의 만찬에 초대했고, 이 자리에서 자신과 황태자의 어사진을 선물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리어-새클러갤러리’가 소장한 고종 황제 어사진을 붙인 대지에는 사진을 둘러싼 장식 문양과 함께 아랫부분에 ‘대한황제희진(大韓皇帝㷩眞), 광무9년(光武九年), 재경운궁(在慶運宮)’이라는 글이 선명하게 쓰여있습니다. 일본 왕실에서 선물한 자수병풍을 배경으로 익선관(翼善冠)에 황룡포(黃龍袍)를 입고 앉은 모습입니다. 순종 어사진의 대지에도 마찬가지로 ‘대한황태자척진(大韓皇太子坧眞), 광무9년(光武九年), 재경운궁(在慶運宮)’라는 글이 새겨있습니다. 조선 왕의 전통적인 상징인 오봉병(五峯屛)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입니다. 

고종의 본명은 이희(李㷩)이고, 순종의 본명은 이척(李坧)입니다. 따라서 대지의 내용은 ‘대한제국 황제 이희의 본모습’ 그리고 ‘대한제국 황태자 이척의 본모습’이라는 것이고, 대한제국 연호인 광무9년 즉 1905년에 찍었고, 촬영 장소는 경운궁(慶運宮) 즉 덕수궁(德壽宮)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사진(寫眞)이라는 말은 본모습인 명사 진(眞)을 복제한다는 동사 사(寫)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희(㷩)의 사진이라는 뜻의 희진(㷩眞), 척(坧)의 사진이라는 뜻의 척진(坧眞)이란 용어를 사용해서 이미지의 주인공을 밝혔고, 사진 제작의 시간정보, 위치정보를 정확하게 표기했습니다. 

아카이브 측의 기술(description) 정보에 따르면 두 장 어사진의 크기는 사진이미지가 21.0×27.0cm이고, 대지의 크기는 34.0×42.0cm로 같습니다. 재질은 ‘Tinted Silver Collodion, Mounted on Board’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P.O.P.(Printing Out Process) 방식의 콜로디온 용제를 사용한 은염(collodio-chloride) 사진이고, 그 위에 채색한 사진이라는 말입니다. 당시 황제를 상징하는 황색의 곤룡포(衮龍袍)를 강조해 권위를 높이고자 흑백의 옷 부분에 누른 채색 물감을 칠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대지(board)를 대고 그 위에 사진을 접착하는 ‘카드마운트-캐비넷(Card Mount Cabinet)’ 방식을 사용해서 보존성과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정보는 김규진이 어사진을 만들면서 P.O.P. 방식의 인화 기법을 사용했고, 당시의 다양한 재료 중에 가장 보존성과 안정성이 높고 가격이 비싸지만 다루기에는 까다로운 콜로디온은염 감광유제를 사용했음을 알게 해줍니다. 당시 콜로디온은염은 젤라틴은염이나 알부민은염에 비해 은 입자의 크기가 세밀해서 고급의 사진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된 재료였다고 합니다. 또 김규진이 사용한 카메라는 뒤 유제 면이 최소한 21.0×27.0cm 이상 크기를 가진 대형의 뷰카메라였음도 알 수 있습니다. P.O.P. 방식은 밀착인화(Contact Print)만 가능한 방식이고, 따라서 사진의 크기가 곧 카메라 뒷면의 크기입니다. 카메라와 감광유제의 측면에서 김규진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박주석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