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행정의 지양을 바라며…
11/05/2020
/ 이해영

 

기록관리 일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기록관리기관의 사례를 상세히 살펴볼 기회들이 많이 생긴다. 해외 사례도 보게 되고, 국내 사례도 살펴보게 되는데, 많은 기록관리기관들이 다양한 ICT 기술을 활용해서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기록을 활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록관리가 공공기관 중심이다 보니, 사례를 살펴보다 보면 의도는 좋지만, 결과로 제시된 것을 보면 보여주기식 행정의 결과물로 보이는 일들이 꽤 많다.

내가 겪은 일도 그랬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기록을 기관의 기능과 업무에 기반하여 분류하고 정리하는 기능분류를 활용하는데, 결과적으로 기관 기록의 분류는 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기록을 대상으로 이뤄지게 된다. 즉, 보건복지부의 기록과 병무청의 기록이 분류체계가 같을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기관의 기능을 잘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다양한 주제나 영역별로 기록을 분류해서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유럽 표준의 제안도 있고 해서, 몇몇 기록관리기관들은 주제 등 다양한 분류체계를 도입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지고 있는 기록으로 그런 분류를 한게 아니라, 보여주기 좋게 주제 분야를 다 미리 설정한 다음에 가지고 있는 기록을 할당하는 식으로 일을 한 것을 보았다. 그러다보니 어떤 주제 분야는 그 주제에 속한 실제 기록이 없이 설명만 있는 상황이 생겼다. 다른 어떤 기관에서 비슷한 일을 맡아할 때에도 웹사이트에 보기 좋게 걸리도록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고 좀 황당했던 기억이 있다. 

또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기록을 찾을 때에 기관이나 인물에 대해 다양한 연혁 정보나 배경 정보가 파악이 되면 기록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전거레코드라는 것을 만들기도 한다. 이는 예를 들면 어떤 인물이 언제 국회의원을 했고, 언제 어떤 기관의 기관장을 했다는 정보를 알면 기록을 찾기 훨씬 쉬워지도록 하는 것인데, 그걸 어떤 기관은 주요한 인물의 정보를 미리 만들고 기록을 찾아 맞추려니 준비한 인물에 대한 기록이 하나도 없는 사례가 많이 나왔더라는 얘기도 들은 일이 있다. 마찬가지로 기록에 기반하지 않고, 보기 좋게만 만들다보니 생긴 상황인 것이다. 기록이나 자원의 분류, 정리나 관련 도구 개발은 무조건 가지고 있는 기록에 기반하여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기본이 안 된 것이다. 

그런 식으로 보기만 좋게 만들어지고 내실이 없이 이뤄지는 일들이 곳곳에 많다. 실질적으로 이용자들이 활용하기 쉽고 편리하게 결과물이 나오도록 일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윗사람이나 잘 모르는 외부 사람들이 보기 좋게 겉모습만 갖추는 일들이 여기저기에 보이는 것이다.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내실이 부족해서 이용자들의 불만만 사기 쉽고 신뢰를 잃기 쉬울 것이다. 기록관리기관이나 문화자원 관련 기관들은 그런 식의 일은 정말 지양하면 좋겠다. 보기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가능하면 보기도 좋지만 실질은 더 좋은 식으로 일들이 이뤄지도록 되면 좋겠다. 보기만 좋게 하는 일들은 결국은 나중에 외려 실제 일에 방해가 되는 일도 많다. 보기 좋은 걸 원하는 사람들 뜻을 따라줄 게 아니라 실질이 중요함을 설득하고 조금은 싸우기도 하고 해서라도 진짜 결과가 좋은 일들을 만들어내면 좋겠다. 그런 일들을 전문가가 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좀 더 치열하게 부딪히고 그래서 좋은 결과로, 내부건 외부건 실질적인 이용자들에게 만족을 주는 일을 하면 좋겠다.

이해영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