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의 확산을 바라며
09/02/2020
/ 이해영

우리나라의 기록관리는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기반하여 공공기록 분야가 전체 발전을 견인해왔다. 최근에는 일반 개인들의 일상생활을 남기자는 일상아카이브가 꽤 여러곳에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을아카이브, 공동체아카이브 그런 것들이 여기저기서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가 재건축되는 곳에서도,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곳에서도, 의지가 있는 한두사람이 의기투합하여 다양한 곳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일과를 담은 기록을 남기고자 노력하는 것이 보이고 들린다. 이러한 노력들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남기고 후대에 전할 뿐 아니라,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 산업의 발전을 견인해온 기업들의 기록관리는 아직 걸음마도 못 뗀 상태이다. 사실 해외의 법령들은 기업과 조직이 기록을 남기는 것 뿐 아니라 쉽게 찾아낼 수 있도록 법적인 요구를 하고 있고, 그런 법 조항들 때문에 해외에서 큰 활동을 하는 기업들이 종종 소송을 당하고 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도 기업의 기록관리는 체계적으로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사실 기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그렇게 소송에 지는 일이 생길 뿐아니라, 쉽게 유출될 수도 있어 기업을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 그래서 기록관리(records management)가 잘되면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잘할 수 있다고도 얘길한다.

그리고 최근에 개정된 국제 표준은 조직의 기록관리가 정보자산의 관리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록관리가 한 부서나 일부 전문가의 일이 아니라, 기업의 기획 등 업무 영역, 특허나 소송, 저작권을 관리하는 규제준수 영역, IT 영역이 다 함께 해야 하는 거버넌스 체제로 이뤄져야 할 중요한 일임을 일깨우고 있다.

그런데도 몇몇 연구 결과들은 여전히 기업에서 기록관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음을 숫자로 보여준다. 소수의 기업은 일부 경영진들이 기록관리의 필요성을 인지는 하고 있으나, 실제 실행에 옮기는 곳은 법으로 요구되는 일부 공기업 외에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기록관리가 잘되면 기존에 했던 비슷한 업무는 노하우를 바로 받아서 활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직원이 일을 맡을 때에도 쉽게 앞의 일을 지속성을 가지고 운용할 수 있다. 또 시간이 지난 후에도 어떤 정책이나 규정이 왜 시행되었는지 쉽게 확인이 되어, 지속 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도 있다. 물론 소송이나 행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증거가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며, 또한 그런 기록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관의 역사적 사료가 되어 기업의 정체성(identity)을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실제로 기록관리 시스템을 잘 갖춰놓고 보니 많이 활용되고 업무의 효율성이 올라가더라고 하는데, 너무 그런 인식이 부족하다.

쉽게 기업의 기록관리가 자발적으로 활성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선 세금으로 하는 나라의 일을 기업이 일을 맡게 되면 기록관리체계가 잘 되고 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면 좋겠다. 아니면 많은 기업들이 품질경영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고 자랑하는 것처럼 기록경영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는 것을 제시하면 가산점을 주어도 좋겠다. 그런 기업은 기록을 조작할 가능성이 적으니 신뢰성이 있는 기업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시작을 하면 여기저기서 기록관리의 필요성과 효과도 인식하게 되잖을까 한다. 외부에서 보면 그 장점들이 잘 보이는 일들이 이렇게 시행이 어려운지 참 안타깝다. 외국에서 제기된 소송에 패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지난 업무에 대한 기록이 잘 활용되도록 기업들이 기록을 잘 정비하고 잘 검색되도록 하고 잘 활용하면 좋겠다. 기록전문가로서 큰 바램이다.

이해영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