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석의 사진살롱 38 – [인간가족전]에서 사라진 사진 2장
07/22/2020
/ 박주석

[사진1] Korea, Margaret Bourke-White, Life, 1953.

삼베옷을 입은 남자가 제사를 올리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라이프(LIFE)』 잡지의 사진기자로 포토저널리즘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특히 6.25전쟁 상황을 취재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 미국의 마가렛 버크-화이트(Margaret Bourke-White, 1904~1971)의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라이프(LIFE)』지에 실렸고, 너무도 유명한 전시 <인간가족전>에도 걸렸습니다.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 중 종교에 관한 섹터를 구성한 사진 속에 선정된 사진의 하나였습니다. 도록에도 실려 있는데, 그런데 한국 전시에서는 사라졌습니다.

미지의 위대한 무엇인가를 숭배하고 존경하는 종교적인 삶을 보여주는 섹터에서, 제사상에 절하는 우리네 문화에 관한 사진이 있다는 것은 비록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크게 기분 나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진에 보면 중년의 남자가 거적을 깔고 삼베옷으로 보이는 흰 바지와 저고리를 입고 큰절을 하고 있습니다. 여름이었나 봅니다. 제사상 밑에는 탁주 한 사발이 놓여있고, 상 위에는 닭 한 마리를 올린 제기가 놓여 있습니다. 화면이 거기서 잘려 있어서 다른 제수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어린 시절 동네에서 자주 보았던 삶의 현장인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The Family of Man> 즉 우리말로 <인간가족전>은 미국 뉴욕에 소재하는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즉 MoMA가 1955년에 개관 25주년의 기념 전시로 기획한 대규모 사진전시회였습니다. 사실 MoMA는 개관 당시부터 당시 미국의 문화예술계를 주도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 1864~1946)의 영향으로 사진부를 설치하고 각종 사진전을 기획, 전시하면서 미국사진의 메카로 기능한 기관이었습니다. 그리고 1947년 룩셈부르크 출신의 유태인인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 1879~1973)이 사진부장을 맡게 되면서, 당시 절정기를 맞이한 그래픽저널리즘 특히 포토저널리즘의 차원에서 만들어진 사진들의 전시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원래 전형적인 픽토리얼리즘 사진작가였는데, 제2차 세계대전에 종군하면서 사진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어 MoMA의 사진부 총괄책임을 맡은 후에는 주로 전쟁과 관련된 사진전을 여러 개 기획, 전시했습니다. 그러나 스타이켄이 기획한 제1차, 2차 세계대전이나 6.25전쟁의 장면들을 찍은 사진전들은 별로 큰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전혀 새로운 사진전을 기획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가족전>이었습니다. <인간가족전>은 냉전 기간 중 공산주의에 대해 미국의 자유 이데올로기의 우월성을 전파하는 과정에서 미국무부 해외홍보 전담기관인 미국해외정보국(United States Information Agency 약칭 USIA)>가 전 세계 순회 전시를 기획, 진행했습니다. ‘인류는 하나이자 가족’이라는 구호를 담은 휴머니즘이라는 가면을 쓰고 말입니다.

한국도 순회전시 장소 중 하나로 선정된 것인데, MoMA의 공식 전시기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전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한미국공보관(USIS)> 주최로 <인간가족전>이라는 이름하에 1957년 4월 3일부터 28일까지 당시 <경복궁 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한국 전시가 원래 계획에 포함되어 오게 되었는지, 아니면 당시 고 임응식 선생의 주장대로 한 사진가의 노력으로 계획에 없던 것이 오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시의 국내 전시가 우리나라 역사 이래로 가장 엄청난 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한국사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전시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사진2] Korea, Margaret Bourke-White, Life, 1953.

원래 <인간가족전>은 총 503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 전시에는 원래 작품 중 2장의 사진이 빠졌습니다. 위에 소개한 ‘제사를 지내는 장면’(사진1)을 찍은 사진 그리고 남편인지 자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체를 넣은 관을 보고 오열하는 한국여성’(사진2)을 찍은 사진이 빠진 것입니다. 둘 다 마가렛 버크-화이트의 작품입니다. 그래서 원래 전시의 사진은 501장만 걸렸고, 대신 한국인을 찍은 한국사진가의 사진 한 장을 대신 걸었습니다. 누구의 사진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총 502장의 사진이 전시되었습니다. 전시가 크게 훼손된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당시 『한국일보』가 1957년 4월 16일자에 「인간가족전에 이상 있다」라는 제목으로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알려졌습니다.

주최 측인 <주한미국공보관>은 신문에게 그 이유를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지도 모른다는 한국정부 문교부 측의 충고로 두 사진을 제거한 것이다. 사람들이란 물론 한국인이다. 제단에 절하는 한국인의 의복이 적당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충고였는데 나 자신으로서도 그 두 개의 사진을 제거해도 <인가가족전> 전체의 분위기를 손상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자세한 사항은 문교부(지금의 문화부와 교육부)에 물어보라고 한 발을 뺐습니다. 자신은 외교관으로 주재국 정부가 싫어하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문교부 측에서는 문화국장이 나서 “제단에 절하는 사진은 제사지내는 사람으로서 예의범절에 어긋난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옛날에 이런 종류의 한국인 사진을 많이 찍어서 가져갔는데 아마 그런데서 주워서 낸 것 같다. 저희들끼리 제멋대로 골라다가 낸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데 그 제사 지내는 꼴이 참 옹졸해서 민족의 수치가 되는 것은 물론 이런 모습은 외국 사람에게는 보일수가 없다. 그리고 ‘나체의 관’을 붙들고 울고 있는 사진도 우리로서는 중남(中男)에게 보이고 싶은 사진은 아니다“라고 쿨하게 답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전시에 걸리는 것을 어떻게 할 수도 없으면서 말입니다.

마가렛 버크-화이트의 사진이 졸지에 일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주어서 낸 사진으로 격하된 것입니다. 무지입니다. 우리의 부끄럽고 못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하는 당국자의 마음은 충분히 알겠습니다. 저도 <인간가족전> 자체를 비판적으로 보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만, 1957년 당시 한국사회의 문화적 수준이라는 면에서 보면 끔찍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료들이 저 이상한 사고방식과 수준은 그 후로도 여전했습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박주석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