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는 도둑
06/17/2020
/ 박평종

AI의 사진 복원

포토샵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보급 이후 사진 편집기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포토샵은 이제 다른 기술로 대체될 조짐이다. 이 사진 편집기의 출시년도가 1990년이니 벌써 30년 동안 부동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던 셈인데, 이제 그 자리를 컴퓨터 알고리즘이 넘보는 상황이다. 포토샵의 권위는 확고부동했다. 아날로그 사진 이후를 포스토 포토그래피라 부르며 디지털 사진과의 차별성을 논할 때도 포토샵은 디지털 사진 자체를 가리킬 정도였으며, 어도비 포토샵이라는 고유명사는 마치 보편명사처럼 사용될 만큼 대중들의 뇌리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포토샵의 ‘능력’은 사진의 보정과 합성이라는 두 측면에서 대단히 우수했다. 노출이 잘 맞지 않은 상태로 찍힌 사진, 명암 차가 커서 디테일이 잘 표현되지 않은 사진을 보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색상과 형태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어 수정 능력 또한 훌륭했다. 디지털 성형을 통해 딴 사람이 되는 경우도 흔했다. 물론 ‘뽀샵’을 잘 해야 하지만… 서로 다른 두 장 이상의 원판을 합성할 때도 포토샵의 위력은 대단했다. 포토샵이 없었을 때, 말하자면 아날로그 시대에 사진을 합성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포토몽타주라 불리는 합성사진은 보편적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눈에 띄게 자국이 남아 ‘허접’했다. 그런데 포토샵으로 쉽고 정교하게, 눈치 챌 수 없을 만큼 티 나지 않게 사진을 합성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패러다임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사진을 ‘기록’이나 ‘현실의 흔적’으로 생각해 왔으나 포토샵은 사진의 개념을 ‘허구’와 ‘가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일반인들이 제작한 합성사진의 품질은 ‘너무도’ 뛰어나 이제 작가들은 자신이 합성한 ‘작품사진’이 그들의 ‘놀이’와 ‘왜’ 다른지 입증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것이 포토샵 ‘제국’이 야기한 결과들이다.

 

그런데 이제 상황은 변하고 있다. 예컨대 앤비디아(Nvidia)에서 개발한 사진합성 알고리즘은 기능이나 성능, 속도 등 모든 면에서 포토샵을 압도한다. 귀찮은 ‘노동’도 요구하지 않는다. 실상 포토샵을 활용한 합성사진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접합의 흔적이 남는다. 그런데 앤비디아의 알고리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적대적생성신경망(GAN)을 적용한 ‘StyleGAN’은 마치 실제 인물처럼 두 장 이상의 이미지를 합성해 낼 수 있다. 이는 ‘판별자’를 속이는 ‘생성자’가 고도의 ‘유사 이미지(가짜)’를 만들어내도록 최적화되어 있는 GAN알고리즘의 원리 때문이다. 포토샵의 목표가 합성의 흔적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면 그 목표는 이제 이 알고리즘에 와서 달성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사람의 눈은 그 차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포토샵이 담당해 왔던 보정, 수정기술도 이미 AI 기반의 신기술을 통해 ‘정복’되고 있다. 저해상도 사진을 고해상도로 복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노이즈’ 처리도 탁월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GAN알고리즘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칼럼 <한없이 진짜에 가까운 가짜>에서 다룬 바 있다.

 

AI의 사진 합성

변화의 내용이 합성의 용이함과 정교함에만 있지는 않다. 그 못지않게 근본적인 변화는 합성의 주체가 인간에서 기계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포토샵 제국’은 ‘뽀샵질’을 잘하는 사람에게만 접근 가능했다. 한편 알고리즘은 ‘뽀샵질’을 못하는 이에게도 완벽한 합성의 길을 열어줄 것이다. 기계가 알아서 해준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합성인지 아닌지, 요컨대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할 능력은 사람에게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에게는 다른 능력이 있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기계가 대신하라고 가르치는 능력이 그것이다. 앤비디아에서 최근에 개발한 다른 알고리즘은 사진의 합성 여부를 판별하는데, 정확도는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기술들은 아직 완전하지 않으나 날로 고도화되는 추세다. GAN알고리즘이 생성자와 판별자라는 두 축으로 구성돼 있어 가능한 논리다. 도둑을 알아보는 눈은 경찰보다 도둑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도둑 잡는 도둑이라고나 할까.

박평종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