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미술제도 및 장르의 이해
02/27/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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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관련 기록물의 수집, 관리, 활용 등 아카이브의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계획하려면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할 절차가 바로 미술기록물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장소와 행위를 정확하게 아는 일이다. 앞서 말 한대로 아카이브는 일종의 ‘기록물 덩어리’이기 때문에 기록물의 수집이 전제되어야 하며, 수집을 위해서는 기록물이 생산되고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여러 제도와 장르를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각각의 미술 관련 기관들이 갖고 있는 기록물은 그 자체로 하나의 ‘fonds’으로 취급하는 것이 기록학의 원칙에 부합한다. 문화적 양상으로서 미술의 제도를 분석해본다.

① 전시회(Art Exhibition)

전시 또는 전람회는 미술의 생산물인 작품이 작가 개인을 떠나 소비자 또는 향유자와 만나는 최초의 접점이라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1차적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광의로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가나 소장자 등이 작품이나 관련 기록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 전체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비엔날레나 페스티벌처럼 일반적으로 일정한 조직이나 단체가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행사, 부정기적으로 개최되는 개인 및 단체의 전시,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개최하는 상설 전시나 특정한 주제를 갖고 여는 주제전, 화랑이나 옥션 등이 상업적 판매를 목적으로 만드는 전시, 특정 문화 관련 기관이나 교육기관이 교육과 선전, 계몽을 목적으로 만드는 것 등이 있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로는 미술관과 박물관, 화랑, 학교, 백화점과 같은 상업 시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건조물 등이 있고, 때로는 작품의 물리적 성격이 가능할 때 길거리나 광장 등에서 열리는 경우도 있다. 현대 사회는 미술의 전시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특정 장소에서 관객을 기다라는 전시에서 나아가 잠재 관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이동형 전시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 단순히 만들어진 작품을 전시하는 데서 벗어나 전시의 현장에서 전시 공간에 맞게 작품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전시의 주제는 시대, 미학, 유파, 대상, 장르 별로 꾸며지는 경우가 많고, 개인전의 경우는 기획 초대전, 유작전, 회고전, 신작발표 전시 등이 있다.

아트 페어는 그림을 팔고 사는 시장이기 때문에 작품성 위주의 비엔날레와는 성격이 다르고 작가 개인이 참여하는 형식도 있지만 시장의 정상적인 기능을 활성화하고 화랑간의 정보교환과 작품 판매촉진, 시장 확대를 위해 주로 화랑간의 연합으로 개최된다. 시초는 1959년 영국의 <쿨벤칸> 재단이 후원하여 런던 지역을 중심으로 한 화랑들이 주축으로 조직한 미술제이다. 이후 1967년에 출범하여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아트 쾰른> 이후 본격화되어 미술시장 내에서 화랑 및 경매와 더불어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② 미술관(Museum)

오늘날 미술관은 미술 작품을 수집, 보존, 연구하고, 전시회라는 형태를 통해 이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며, 소장품을 근거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사회의 문화적 역량 강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영어로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구별이 없이 Museum으로 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미술관과 박물관을 구별해서 쓰고 있다. 박물관이 보다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데, 미술관이란 미술박물관 즉 Art Museum의 준말 정도로 보면 된다. 미술 관련 제도 중에 분명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는 기관이 바로 미술관으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1조 2항에 따르면 “미술관이라 함은 박물관으로서 회화, 조각, 공예, 건축, 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 보존, 전시하고 이들을 조사 연구하여 문화, 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교육에 이비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한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 국가가 출현하면서 특정 권력 계층의 소유물 또는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술 작품을 국민 전체의 소유물 즉 공공의 문화적 재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근대적 의미를 갖는 미술관의 출발이었고, 그것의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성격으로 미술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받아 들였고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또 근현대에 접어들어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미술관은 엘리트만이 이용하는 고급문화 공간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친근감을 가지고 미술품을 감상하고 시각문화를 즐기는 복합 공간으로 확대가 되었다.

근대의 지식과 미적 활동의 집적 기관으로 출발한 미술관은 미술 작품의 수집, 보관, 전시라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벗어나 미술에 관한 교육과 정보를 다루는 복합적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즉 공공의 문화적 욕구를 종합적으로 수용하고, 더 나아가 사회의 미적 수준을 선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 MOMA>과 프랑스 파리의 <센터 퐁피두>는 미술관에 현대적 복합 기능을 처음 도입한 대표적인 기관이다. 하지만 미술관은 미술 작품의 종착지 역할을 하면서 마지막 안식처가 된다는 의미에서 ‘작품의 무덤’이라고 비판 받기도 한다.

③ 경매(Auction)

작가의 작품은 작업실에서 나와서 제일 먼저 1차 시장인 화랑으로 가고, 화랑을 통해 컬렉터 또는 소비자에게 들어간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에 경매를 통해 시장에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매장 즉 옥션은 기본적으로 미술품 거래에 있어 중고시장이며, 작품을 유통하는 3차 시장으로 정의할 수 있다. 화랑이나 개인 간의 거래는 한정된 사람들만 작품을 살 기회가 있는 ‘닫힌 시장’인데 반해서, 경매는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열린 시장’이라는 특징도 있다.

경매 시장에서의 미술 작품의 가격은 1, 2차 시장에서의 거래 실적과 경매를 통한 판매 기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비교적 특정 미술 작품의 가치에 대한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가치와 가격의 상관관계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상태에서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또 공개적이고 경쟁적인 판매 방식으로 경매 진행의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객관적인 측면이 있다. 그래서 경매의 가격은 특정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경매 회사는 미술 작품의 경매 서비스를 비롯해서 적절한 가격 산정, 대출 서비스, 대금 지불과 작품 인도 및 탁송, 경매 전 전시회 개최, 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제도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주 수입원은 작품의 위탁자와 구매자가 내는 수수료이다. 따라서 경매 회사의 기록을 잘 살펴보면 작품 거레의 역사와 진위 여부, 감정 평가 등 작가와 작품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④ 비평(Art Critic, Journalism)

문자를 매개로 미술 작품을 해석하고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비평의 가장 큰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특정 대상이나 내용을 지적함으로써 그것을 알지 못했을 때에는 놓쳐버렸을 것을 지각하도록 이끌어 주고 그를 바탕으로 감상자들 나름대로 그 내용에 대한 삶의 측면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미술비평은 미술사와 미술이론과 달라서 학문적 영역이라기보다는 현실적인 작품의 생산과 유통에 관여하는 실천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 작품과 작가 및 제도에 관한 비평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서구에서는 18세기 후반 살롱의 전시회에 관해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형태로 처음 나타났고, 19세기 들어 미술 작품의 생산이 주문생산에서 기성품 즉 레이디-메이드의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술사와 분리되어 주로 전시회 평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비평 형식을 만들어 근대적 비평 개념을 확립한 것이다. 이런 비평이 나오기 전에 미술에 관한 문자적 활동은 작가 평전, 기법서, 작가의 서한과 일기, 여행기 등이 있었다.

제도적 차원에서 볼 때 비평의 경향과 강도는 비평문을 발표할 매체의 존재와 성격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고, 매체 자체가 비평의 통로이자 산실이기도 한다. 그래서 기록학적 관점에서 보면 비평 매체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매체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신문 : 불특정 다수 대중이 늘 접하는 매체이면서 변화하는 각 시대의 이슈를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는 매체이다. 신춘문예와 같은 형태를 통해 비평가를 배출하는 기능도 한다.
– 학술저널 : 직접적인 비평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학술 연구자를 중심으로 비평을 비평하는 메타 비평이 실리는 경우가 많다. 미술사나 미학과 같은 학문 분야의 연구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매체로 보면 된다.
– 미술전문 잡지 : 현장 중심의 비평 활동이 중심을 이룬다. 신문과 같이 시사성을 띤 비평문이 발표되지만 훨씬 심층적인 글이 많이 실린다. 비평가들의 글도 많이 실리지만 큐레이터나 기획자의 글이 많이 실리는 경향을 보인다.
– 전시 서문 : 대개는 작가의 요청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비평의 형식과 분량이 자유로우며, 작가와 작품 그리고 감상자 또는 관객과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작가의 전시장이나 작품집에 작품을 해설하고 감상의 포인트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온라인 미술비평 : 인터넷 문화의 발달로 생긴 형식으로 블로그나 SNS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비평 활동이다. ‘비평가’라는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특정 작가와 작품 그리고 정책 등을 평가 할 수 있는 장이다. 하지만 일정한 검증 절차가 없이 발표하기 때문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 전문 비평가들이 매체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비평 활동을 하고자 할 때 선택하기도 한다.
– 방송매체 :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문화예술 관련 프로그램에서 글 대신 말로 비평을 하는 경우이다. 대중매체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각광을 받는 매체이다. 다만 매체나 프로그램의 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 단행본 출판 : 비평가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한 글을 한 주제로 편집하여 묶어 만든 책이 많고, 특정한 이론을 확산하기 위해 깊이 있는 글쓰기의 장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⑤ 연구 및 교육제도(Academy)

미술의 교육제도는 작품 생산의 주체인 작가를 배출하고, 감상자를 확대하는 중추적인 기능을 한다. 역사적으로 작가의 양성은 도제 교육을 통해 이루어져 왔으나 근대의 보통 교육과 공교육 시스템이 정착하면서 학교라는 오늘날의 교육제도가 만들어 졌다. 미술 교육은 현재 대학 및 대학원, 초중등과 같은 보통 교육 기관, 학원과 같은 사설 교육기관, 미술관이나 문화기관에서 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록의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술 교육제도는 주로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작가 양성 기관으로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대학이나 미술관 등이 부설로 운영하는 연구소 같은 연구기관도 역사나 미학, 제도 등의 연구를 수행하기 때문에 기록 관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미술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교육과 연구의 부분을 포함하는 것은 작가와 작품의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연구자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이다. 시각 예술의 작품 생산은 개인의 취향과 세계관을 반영한다. 하지만 그 취향과 세계관은 작가의 성장과 교육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연구자들이 작가를 연구할 때 출신 학교를 따지고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⑥ 화랑(Gallery)

서양의 경우 갤러리는 제도적인 의미를 갖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장소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따라서 미술관 내에 갤러리가 여러 개 있기도 하고, 런던의 <National Gallery, 런던국립미술관>처럼 미술관의 명칭을 갤러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박물관, 미술관, 화랑 등을 엄격히 구별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화랑은 갤러리의 번역어이고 또 우리가 말하는 화랑은 갤러리로 번역되기도 한다. <박물관, 미술관 진흥법>과 같은 제도적 구별에 따르면, 화랑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체이다. 일정 기간 단위의 다양한 미술 작품의 전시를 통해 작가와 대중을 소통시키고, 작품을 유통시키는 작품의 1차 시장 역할을 하는 단위인 것이다.

화랑은 미술 작품의 매매가 가능하며 판매 목적의 전시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운영하는 영리기관이다. 작품 유통의 첫 단계로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작가를 사회와 소통시킨다. 또 특수한 장르, 미학적 영역을 전문화하는 방법으로 문화적 위상을 만들고 작가의 창작을 지원해서 예술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능을 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화랑의 종류에는 전시장 대관을 하지 않고 전적으로 자체 기획에 의한 전시와 작품 판매로 운영되는 상업 갤러리와 필요한 작가나 단체 또는 기관에 장소를 대여하는 대관 위주의 대관 갤러리 등이 있다. 오늘날 화랑은 서로 연합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시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아트 페어’ 등을 개최하는 방법 등으로 미술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⑦ 작가(artist) 또는 작업실(atelier, studio, workshop)

미술 분야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와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존재는 누가 뭐래도 작품 생산의 주체인 작가이다. 또 예술의 장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작가가 작품을 생산하는 주 장소가 작가의 작업실이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참여자들이 협업을 해야 하는 공연예술이나 영화와 달리, 대부분의 미술 장르는 개인인 작가가 생산을 전담한다. 따라서 미술 분야는 문학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며,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작업 공간이 관련 기록물 생산의 1차적인 장소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순수예술에 가치를 크게 부여하는 근대 미술이 시작된 후에는 근대적 주체로서 작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작가의 미학과 세계관, 성장 배경, 교육 환경, 작업의 장소와 환경 등이 연구의 대상으로 떠올랐으며, 작가 연구가 미술사와 비평의 중요한 테제가 되었다.

현재 작업실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예술가 개인의 작품 창작 활동만을 위한 예술가 개인의 작업실이 있으며, 공예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장르의 예술가가 소규모로 운영하면서 교육과 작품 활동, 판매까지 함께하는 고전적인 공방도 있다. 또 작품 판매의 양이 많고 가격이 높은 대가들이 분업과 협업의 형태로 운영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업형, 공장형 작업실도 있다. 한편 공공기관이나 재단 등에서 작업실 마련이 어려운 유망한 작가들에게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작업 공간을 지원하는 제도인 예술촌, 창작스튜디오, 오픈스튜디오 등도 작업실의 한 종류이다.

⑧ 공공미술(Public Arts)

공공미술이란 공공적 성격을 띤 미술 전반의 행위를 말한다. 미술 작품이 만들어진 다음 개인 컬렉터의 벽이나 창고 또는 미술관으로 들어가 일반 시민과 단절되어 버리는 현상에 대한 반성의 차원에서 등장했다. 또 미술과 공공성이라는 개념을 결합해서 또 다른 예술적 경험과 가능성을 발휘하려는 시도에서 비롯한 제도이다. 공공의 열린 장소에 작품을 설치해서 소통하는 개념도 있고, 물리적 장소가 아닌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의 공간 속에서 떠다니고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도 있다.

공공미술은 그 개념이 등장한 이후 예술가를 위한 공공사업(Public Works for Artists), 건축 속의 미술(Arts in Architecture), 공공장소의 미술(Arts in Public Places), 도시 재생의 수단으로서 미술(Arts as Urban Revitalization), 새로운 미술 장르로서 공공미술(Public Arts as New Genre) 등 그 영역을 확대해 가면서 현대미술의 종요한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단순한 장식의 차원에서 작가의 행동가적 역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해당 지역의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과정 중심의 예술 활동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일상의 삶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⑨ 제도로서 미술의 장르

미술의 장르를 나누는 것은 예술 행위 간의 경계를 설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논란을 야기하는 시도이다. 오늘날처럼 통섭과 소통 그리고 경계 허물기가 지식사회의 대세로 잡은 상황에서 이런 시도는 무의미하게 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록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용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서 분류는 매우 중요하며 정당성을 갖는다. 이 글에서는 전 세계의 다양한 예술 아카이브 기관들과 미술관의 분류 기준을 준용해서 간략히 미술의 장르를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관리 목록을 중요하게 참조했다.

  •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장르로서 벽화(프레스코화 및 스테인드글라스 포함)
  • 한국 국적을 지닌 자가 그린 전통 동양화적 양식과 소재들을 채택하는 서화 및 회화로서 한국화(서예 포함)
  • 어떤 지지체나 공간에 각종 안료를 써서 형상을 표현한 작품으로서 회화(Painting)
  • 나무나 금속, 돌 등의 면에 형상을 그려 판을 만든 다음 거기에 잉크나 물감 등을 칠해 종이나 천 등에 인쇄한 것으로서 판화(실크스크린 포함)
  • 공간 속에서 삼차원적인 입체 형상을 창조해내는 시각적인 작품으로서 조각 및 설치(Sculpture & Installation)
  • 카메라를 이용하고 유제를 바른 건판ㆍ필름ㆍ인화지 등의 위에 가시광선ㆍ적외선ㆍ자외선ㆍX선ㆍ감마선ㆍ전자선 등 각종 반사광선을 작용시켜 물체의 영상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서 사진(Photography, 포토그램과 포토몽타주 포함)
  • 텔레비전, 비디오, 컴퓨터, 디스플레이 장치, 신문 등 매체를 복합해서 작품의 재료로 이용하고 전시하는 미디어예술(Media Art)
  • 실용적 가치와 미술적 가치를 겸해서 가진 조형 작품으로서 공예(Crafts)
  • 모든 조형 활동 중에 용도를 중요시 하고 사용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로 계획하고 설계하는 디자인(시각, 산업, 제품, 환경 등)
  • 건물의 의의나 목적을 이상적인 표현의 내용으로 하고 각종 형식 원리와 상식에 의해 공간형성에서 예술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건축(설계도 및 모형 포함)
  • 예술적 가치를 갖는 만화 및 일러스트레이션

이상의 제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흔적을 미술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 그 자체는 미술관의 영역이나 작품을 둘러싼 모든 제도의 기록은 아트아카이브의 영역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아카이브는 미술의 제도이면서 이 모든 제도를 대상으로 하는 메타-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박주석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