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02/03/2020
/ 박평종

영화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는 몽타주 한 장으로 공항 CCTV를 통해 불과 몇 초 만에 한 인물을 찾아내는 거의 임파서블한 장면이 나온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상 이 놀라운 식별을 수행할 수 있는 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 가지나 중요한 몇 가지만 따져보자.

첫째, 인물을 ‘정확히’ 식별하기 위해서는 얼굴의 안면 정보, 즉 정면의 얼굴모습이 필요한데 CCTV에 신분증 사진과 같은 ‘표준화된’ 얼굴이 잡히는 일은 아주 드물다. 식별 대상 인물이 카메라 앞에 자기 얼굴을 ‘스캔’하라고 들이밀지 않는 이상 말이다. 말하자면 얼굴을 찍는 카메라의 각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식별력은 떨어진다. CCTV의 인물 식별력이 알려진 것보다 높지 않은 이유다. 둘째, 식별력은 식별 주체가 사전에 알고 있는 사람일 때 높다. 다시 말해 모르는 사람을 사진 한 장에 의지해서(심지어 영화에서는 몽타주다) 찾아내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는 영국의 인지심리학자 비키 브루스(Vicki Bruce)의 실험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셋째, 사람은 식별의 모든 요소를 동등하게 고려하여 판단하지 않는다. 이를 풀어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확한 식별을 위해서는 얼굴의 모든 구성 요소를 분석한 후 이를 참조물과 대조하여 일치 여부를 따져야 한다. 눈, 코, 귀, 입, 이마, 각 부위들 간의 간격 등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대충’ 비교해서 ‘닮았다’고 인식한다. 이는 식별이 아니라 ‘유사성’에 대한 판단이다. 나아가 특정 요소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당연히 다른 요소들은 부차적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판단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감정’이 개입한다는 뜻이다.

CCTV의 식별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CCTV의 수가 많아져서일까? 물론 정보량이 많아진 것도 한 요인이지만 무엇보다도 식별의 주체가 사람에서 기계로 바뀐 이유가 크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계가 딥러닝을 하면서 이제 진돗개와 시바를 구별한다. 여기서 주로 사용되는 알고리즘이 CNN(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이다. 어쨌든 기계는 사람과 달리 아무런 ‘편견’ 없이 식별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꼼꼼히 비교한다. 지치지도 않고, 지겨워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비교 대상이 수천, 수만일지라도 ‘언젠가는’ 모든 비교 대상을 검토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된 다트머스(Darthmouth) 컨퍼런스에서 로체스터(N. Rochester)는 인간에 대한 컴퓨터의 비교우위에 대해 언급한다. 컴퓨터는 인간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솔루션을 제시하도록 고안됐다. 하여 문제가 주어지면 컴퓨터는 주어진 정보의 범위 내에서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없는 정보를 스스로 찾기도 한다. 이른바 검색 기능이다. 그런데 한 번도 제기돼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질문이 주어졌을 때,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 문명사 내내 답하려고 했으나 ‘아직’ 해답을 찾아내지 못한 질문 앞에서 컴퓨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인간보다 우월할 수 있다. 첫째, 이 경우 한 인간이 평생 노력해도 결국 답을 찾아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제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말이다. 둘째, 이 과정에서 기계는 편견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고려한다. 답이 아닐 것이라고 예단하지 않고 모든 사례를 임의로 차근차근, 하나씩 적용해 보는 것이다. 만약 어딘가에 답이 있다면 수십억분의 일일지라도 ‘언젠가는’ 답이 나온다는 얘기다. 이 과정을 지치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자는 기계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사람에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기계는 지치지 않고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서울 어딘가에 김서방이 있다면 말이다. 컴퓨터의 연산속도가 느렸을 때는 이 ‘김서방’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연산 속도가 빠른 현대의 컴퓨터는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서울의 김서방만이 아니라 북경의 왕서방, 뉴욕의 제임스도 찾아낼 수 있다. 기계의 놀라운 힘이다.

 

박평종 (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