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아카이브(Art Archives)의 유형
01/22/2020
/ artachives1

미술의 역사는 창작 활동 전반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떤 한 사회의 미술 활동의 자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미술아카이브의 설립이라 할 수 있다. 미술아카이브는 ‘특정한 예술 활동을 통해 생성된 원형적 지식의 축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특정한 활동이라 함은 창작, 지원, 연구 활동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모든 미술 활동을 의미하며 원형적 지식이란 재활용을 목표로 하는 예술적 가치가 검증된 지식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축적이라 함은 앞서 이야기한 원형적 지식을 수집, 평가, 보관하고 서비스하는 아카이브의 기본적 역할을 뜻한다.

일반적인 아카이브는 개인이나 조직이 사적으로 또는 공적으로 생산하거나 접수한 기록 중에서 역사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거나 증거로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선별된 기록을 전문적으로 보존하는 조직 혹은 이를 위한 시설 및 장소를 말한다. 그러므로 미술아카이브는 아카이브(기록보존소 또는 기록관)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일반 아카이브의 소장품 안에 예술과 관련된 기록들이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과 박물관이 전문화되면서 미술관련 기록들을 전문적으로 보존하는 미술아카이브가 생겨났다.

사실 인류사에서 미술아카이브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이며, 미술과 관련된 여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구 각국이 일반 아카이브로부터 분리된 미술아카이브를 설립, 운영하면서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역사 연구의 목적이 가장 컸다고 볼 수 있다. 미술의 역사는 작품에 대한 비평적 접근과 함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증거를 토대로 기술해야하기 때문에 이러한 필요는 절대적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미술아카이브는 설립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로 미술 관련 기관 소속의 아카이브(Single-agency or Institutional Archives)이다. 이 형태는 예술 관련 제도 즉 도서관(Art Library), 미술관(Museum), 예술대학(Academy), 경매회사(Auction), 출판사(Publisher)와 같은 기관에 소속되어 해당 기관의 기록물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곳으로, 전통적 의미의 아카이브 기능을 수행한다. 즉, 기관의 목적에 의해 이루어진 제반 활동 중 보관해야할 가치 있는 – 법적 증거자료이거나 역사적 가치를 지닌- 기록들을 수집, 보존, 제공하며, 이러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현행업무상 필요 없는 비현용의 과거의 자료를 이관하는 절차와 시간, 규정을 마련해서 이루어지는 일반 아카이브의 절차를 따른다. 

둘째로는 별도의 독립적 기관으로 운영되는 다원수집아카이브 (Multiple-Collection Archives)이다. 미래 연구나 전시를 위해 가치 있는 다양한 기록을 수집, 보관하는 형태이다. 공공성, 모(母)기관의 사명, 역사적 목적을 위해 운영되며 공익을 위해 미술에 관련한 기록물을 수집, 보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모기관의 소장품과 관련된 주제 하에 다양한 기록 자료를 수집, 보존한다. 이 형태의 미술아카이브는 대형 예술도서관, 대규모의 미술관 등에 소속되어 운영될 수도 있지만, 그 성격상 기관의 이해에서 벗어나 독립성이 유지되도록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수집품 및 소장품의 종류와 형태에 따라서도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미술아카이브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 먼저 예술가, 기획자, 수집가, 화상, 비평가, 출판인, 미술 관련 출판 작가와 미술관, 예술가들이 조직한 협회, 화랑 등 미술관련 기관의 원본 기록 자료를 보관하는 미술아카이브이다. 이 유형은 작품을 제외한 기타의 원본기록들, 즉 왕래서신, 일기, 메모, 소품, 재무서류, 비평문과 전시 및 공연 카탈로그, 포스터, 초청장, 사진 등의 행사 관련 기록, 그리고 관련된 인물의 인터뷰나 증언 등을 수집하고 보존한다. 영국 런던의 테이트갤러리 아카이브(Tate Gallery Archives)와 미국 워싱턴에 있는 미국미술아카이브(Archives of American Art)가 이 유형의 대표적 사례이다.

또 하나의 유형은 준 작품적 성격의 자료를 소장하는 미술아카이브이다. 회화, 조각, 건축, 산업디자인을 위한 스케치, 원본 삽화 등 작품 자체에 준하는 기록물을 수집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자료들은 예술적 가치에 따라서 작품으로까지 평가받을 수 있는 기록물이지만, 엄밀하게 작품 자체는 아니다. 흔히 작가가 본(本) 작품을 위해 제작한 다량의 습작이나 모형물, 대본 등은 때에 따라서 본 작품에 준하는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도 있으며,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유형의 기관은 예술작품이나 공연에 사용한 무대 장치나 의상 등을 소장한 박물관의 성격이라기보다는 아카이브의 성격에 가깝다. 이 유형은 캐나다 온타와에 있는 국립아카이브(National Archives)의 미술부(Picture Division)와 같은 공공 기관에서부터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아카이브(Frank Lloyd Wright Archives)와 같은 사립 기관까지 다양한 유형으로 운영된다. 매뉴스크립트 관리기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지막 유형은 참고, 연구 및 교육의 목적을 위해 수집된 작품과 관련 자료를 기록한 2차 기록물인 사진, 인쇄물, 필름 등을 소장하는 미술아카이브가 있다. 이런 소장 자료는 상업적 복제, 유통에 적극 활용되기 때문에 이 유형의 미술아카이브는 공공의 성격을 띠긴 하지만 빈번하게 상업적 성격을 띠기도 한다. 이런 소장품은 예술적 가치를 갖지는 않지만, 정보적 가치를 가져서 연구, 출판, 복제를 위해 주로 사용한다. 유네스코의 국제 예술작품 사진아카이브 목록(International Directory of Photographic Archives of Works of Art)은 87개국 600만개가 넘는 관련 사진기록물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유형의 미술아카이브도 있는데, 대부분 상업적 목적에 의해 운영되는 아카이브들이다. 이들은 전 세계 출판사, 광고대행사, 복제품 제작회사 등을 대상으로 예술관련 기록을 제공, 판매한다.

 

* 이강렬, 2004, 「일본 공연예술자료관의 실태와 운영」, 『공연과 리뷰』 47, 현대미학사, p.190.

 

박주석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