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석의 사진살롱 25 – 한국의 사진 서적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 유만영의 『寫眞技術槪論』
11/07/2019
/ 박주석

유만영 선생이 1966년 처음 출판한 『사진기술-PHOTO』 표지

한국에서 누가 뭐래도 사진 분야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유만영(柳萬榮, 1924~1982) 선생의 『사진기술개론』입니다. 사진학과에 진학하고자 하는 모든 수험생들의 필독서였고,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입문서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유만영 선생이 우리나라의 가장 오랜 된 사진교육 기관인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를 지낸 분이었던 이유도 있지만, 이 책을 제외하고는 사진의 개념부터 카메라, 렌즈, 필터, 액사서리, 필름 현상과 인화 과정 등 아날로그사진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 필요한 기술과 재료를 꼼꼼히 서술한 다른 마땅한 책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흑백사진, 컬러사진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진을 배운 중견 이상의 사진가 중에 이 책으로 입문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특히 1970년대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비롯한 대학 사진과 수험생들은 이 책을 거의 달달 외우다시피 했었습니다. 실기시험이 카메라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들고 가서 여러 교수들에게 보여주고 질문을 받고 답하는 이른바 ‘구술시문’ 방식이었는데, 평가 교수들의 질문에 대한 답의 대부분이 이 책 속에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술서를 달달 외우는 일이 좋은 작가로 성장하는데 무슨 도움이 되었겠습니까만, 딱히 평가할 기준도 없는데다 모든 사진학도들의 선망인 중앙대 사진과 교수가 쓴 책이다 보니 일단 외우고 보았던 것입니다. 어떤 친구는 이 책을 서른 번 이상 읽어서 눈감고도 책의 내용이 선명하게 떠오르더라는 고백을 한 적도 있습니다.

유만영 선생은 사진가로서의 혹은 학술 연구자로서의 이력은 별로 없으나 중앙대 사진과의 영향력 큰 교수로서 그리고 『사진기술개론』의 저자로서 잘 알려져 있던 분이었습니다. 1957년 당시 <육군통신학교> 사진 교관으로 사진계에 몸을 담았고, 간간히 작품을 발표하고 기술책을 내고 대학 강의도 하면서 이름을 알려 1972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교수로 임용되었습니다. 이 분이 처음으로 낸 책은 1966년 8월에 나온 『寫眞技術-PHOTO』이었고, 대학에서 처음 맡았던 강의 과목은 ‘사진기계학’과 ‘대형카메라실기’ 등이었습니다. 

『寫眞技術-PHOTO』는 <신사조사(新思潮社)>라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국배판 크기에 450여 페이지짜리 책으로 나왔고, 정가(定價)가 500원이었습니다. 초판을 몇 권 찍었는지 자료가 없어서 모르겠으나 재판이 다음 해인 1967년 5월에 나왔으니까 그 당시로 보면 이미 베스트셀러였던 모양입니다. 내용은 제1장-사진의 발달사, 제2장-사진의 개요, 제3장-사진기, 제4장-감광재료, 제5장-촬영, 제6장-음화처리, 제7장-양화처리, 제8장-천연색 사진 등으로 구성했습니다. 부록으로 아마추어 코너, 사진약품 처방집, 국내외에서 팔리는 주요 필름과 인화지의 종류 등이 실려 있습니다. 책의 맨 앞에는 당대의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사진 8장이 실렸는데, 정희섭의 <COMPOSITION>, 정도선의 <가을아침>과 <EDEN>, 이형록의 <雪白>, 김선홍의 <早春>, 문선호의 <對決>과 <群童> 그리고 유만영 선생 본인의 작품 <아베크> 등입니다. <아베크>란 사진은 유만영 선생의 작품으로 유일하게 알려져 있습니다.

유만영 선생의 책 『寫眞技術-PHOTO』 맨 앞부분에 실린 본인의 작품 ‘아베크’와 정도선의 ‘EDEN’, 1966.

이 책은 처음 나온 이래 이름과 내용을 조금씩 바꿔가며 2012년까지 꾸준하게 출판됩니다. 그 사이에 책의 만들고 파는 출판사도 두 번이나 바뀝니다. 처음은 <신사조사(新思潮社)>에서 나왔고 총 4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1972년 중앙대 교수로 임용되면서 <진명출판사(進明出版社)>와 인연을 맺고 『카메라 가이드-Camera Guide』와 『最新寫眞處方集』 같은 다른 책을 냈고, 1975년에는 『寫眞技術-PHOTO』를 개정해서 『寫眞技術』이란 이름으로 재 출판했습니다. 이 책의 이름으로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寫眞技術槪論』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79년 개정판을 내면서부터인데, 위에서 말한 세 권의 책 내용을 종합한 말 그대로 종합판 사진기술서였습니다. 여기에는 유만영 선생이 자신을 저자(著者)로 표기하지 않고 편저자(編著者)라고 밝혔습니다. 책의 내용 대부분이 일본책을 참고했단 사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이 책이 일본책에서 베낀 내용을 자신의 글로 다시 쓰고, 일본식 용어와 자료를 배제한 제대로 된 저서로 재탄생한 것은 1980년 출판사를 <학창사(學窓社)>로 바꾸면서부터입니다. 자신을 저자로 표기했고, 판권 란에도 ‘초판’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책의 구성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전의 책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말입니다. 3판부터 6판까지 출판사는 <한국학습교재사(韓國學習敎材社)>이었습니다만, <학창사(學窓社)>가 이름을 잠시 바꿨던 상황이라 같은 출판사입니다. 물론 대표도 같은 사람입니다. 이 책은 <학창사>에서 1988년에 10판까지 내고, 개정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사이 유만영 선생이 돌아가셨고, 사진의 장비와 재료 그리고 기술도 많이 변해서 근본적이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만영 선생의 제자이자 중앙대 사진학과의 동료 교수로 있던 류경선(柳京善) 선생이 책의 내용과 구성을 상당 부분 수정해서 1989년에 내놓은 책이 『개정판 寫眞技術槪論』입니다. 저자 정보는 유만영 원저(原著), 류경선 개저(改著)로 했고, 판권에는 ‘1980년 초판, 1988년 10판, 1989년 개정 초판’으로 되어 있고, 출판사는 이전의 책과 마찬가지로 <학창사>이었습니다. 이 책은 2012년까지 23년간 총 24판을 찍어내며 한국사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명성을 날렸습니다. 그 뒤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책이 되었고, 이미 역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몰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저자인 유만영 선생과 류경선 선생이 돌아 가셨고, 그 사이에 바바라 런던(Barbara London)과 존 업튼(John Upton)의 『Photography(사진학강의)』 그리고 마이클 랭포드의 『Basic Photography (랭포드의 사진 강의)』 같은 입문서들이 나와 대체를 했고,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학 사진학과의 전형 방식이 바뀌어서 더 이상 『寫眞技術槪論』이 입시에 도움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66년 첫 책이 나오고 2012년 마지막 판이 나올 때까지 무려 55년 동안 25번 이상의 개정을 거치면서 가장 많이 팔린 사진학 책이었습니다. 그 만큼 사진학도들에게 많은 추억을 선물했습니다. 사족입니다만 처음 나온 『寫眞技術-PHOTO』 책의 정가가 500원이었고, 2012년 나온 『개정판 寫眞技術槪論』의 정가는 15,000원이었습니다.

 

박주석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