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국산 35mm 카메라 베릭스
07/25/2019
/ salon

베릭스-광고

최초의 국산 35mm 필름카메라 베릭스(VERIX)를 아십니까?

오늘날 아날로그 시절의 필름카메라는 거의 박물관용 유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다만 2~3 m 규모의 대형 사진작업을 하거나 은염 흑백사진을 계속하는 소수의 전문작가들 정도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8x10inch 정도의 시트필름을 사용하는 대형카메라를 쓰는 작가들은 여전히 상당수 있지만, 35mm카메라를 갖고 롤필름을 사용해서 작업을 하는 작가는 제가 알기로 국내에 5명 정도를 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커도 전지(20x24inch) 정도의 프린트를 하는 작가이면서 흑백사진의 미학적 가치를 알고 이해하는 분들 정도가 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경우 카메라로는 전설의 라이카(Leica)를 쓰고 있습니다. 혹시 모르겠습니다. 취미로 아날로그 흑백사진 작업을 배우거나 작업을 하는 분들이 혹시 있는지는 과문해서 보지 못했습니다.

원래 35mm필름카메라는 사진을 찍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라이카 카메라의 원형이 된 울-라이카(Ur-Leica)는 영화용 카메라로 촬영할 때 노출을 재는 노출계로 고안되었습니다. 이 카메라가 처음 등장한 1920년대 당시의 영화용 필름은 품질도 좋지 않았고, 노출계의 신뢰도도 무척 낮았습니다. 따라서 짧게 자른 필름으로 테스트 촬영을 해서 현상을 해 보고 적정노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통상적인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영화 필름의 테스트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진하는 분들 대부분이 사용하거나 사용했던 35mm 카메라였습니다.

바르낙(Oskar Barnak, 1879~1936)이란 사람이 있었습니다. 독일 출신의 엔지니어로서 유명한 렌즈 회사인 짜이스(Carl Zeiss)에서 일했었고, 영사기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영화용 35mm 필름을 잘라 사용하는 노출의 조정이 가능한 소형 카메라를 제작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처음에는 35mm 영화의 포맷과 동일한 사이즈로 노출 테스트를 하려고 했으나, 화면 포맷이 너무 작다는 사실을 깨닫고 포맷을 크게 해서 24×38mm 사이즈로 카메라를 제작해 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필름을 감아 넘기는 구멍 즉 퍼포레이션을 8개로 사용했을 때 화면의 여백 간격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완성된 네거티브는 필름 화면과 화면 사이의 간격이 없이 서로 붙게 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2mm를 줄인 24×36mm 포맷으로 화면 사이즈를 줄여 화면 사이의 간격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라이카판이라고 부르는 35mm카메라 포맷은 이렇게 만들어 졌습니다. 1923년의 일이었습니다.

바르낙은 이렇게 만든 최초의 35mm카메라를 1923년부터 시판하기 시작했습니다. 울 라이카(Ur-Leica) 카메라를 비롯해 몇 가지의 디자인으로 제작해서 판매했습니다. 그러다 1925년 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Ernst Leitz(1870-1956)가 연구해낸 30대 정도의 35mm카메라가 잘 팔리기 시작했고, Leica Model A란 이 카메라는 훗날 라이카 카메라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1926년에는 대량생산 모델인 Model B가 출시되었고, 필름회사들도 이 카메라에 필요한 필름을 생산 시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라이카의 LeicaⅡ를 비롯해 미국의 안스코(Ansco)란 회사의 Ansco Memo, 콘탁스(Contax)사의 Contax, Contaflex, Contarex 등이 나왔습니다. 35mm 롤필름용 카메라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영상』이란 사진잡지가 있었습니다. 1975년에 창간해서 최근까지도 발행되다가 절판된 사진 전문잡지였습니다. 이 잡지의 1976년 봄/여름 합본호에는 당시 우리나라 사진 산업에 관한 특집 대담기사가 실렸습니다. 그 중에는 최초의 국산 35mm 필름용 카메라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35mm카메라 국산화의 시조는 대한광학공업(주)에서 1969년부터 조립 생산해낸 해 낸 베릭스(Verix) 35A 란 이름의 카메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릭스 시판 이후 거의 7~8년이 흐른 1976년 이 회사는 KOBICA 35BC라는 이름의 신형 카메라를 출시했다는 소식도 전합니다.

1969년에 대한광학은 기술협력을 맺은 일본 Mamiya Camera사의 Mamiya 4B 부품을 들여와 카메라를 조립,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전자, 기계제품의 시작은 일본의 부품을 들여와 조집하는 단계로 시작했습니다. 자동차, TV 등이 다 그랬습니다. 마미야4B 카메라는 1961년부터 생산된 제품이었습니다. Verix 35A 형으로 불린 이 카메라에는 레인지 파인더가 있고, 노출측정 장치로 셀레니움 메타를 썼으며, 렌즈는 마미야 Kominar f2.8를 부착했습니다. 또 레버식 필름 와인더를 사용했고, 이중노출 방지장치도 있었습니다. 당시 수출도 많이 했는데 미국에서 대략 50-75$ 정도의 가격에 팔렸다고 합니다.

대한광학이 진행한 베릭스 카메라 광고 면을 소개합니다. 카메라 본체의 윗모습, 앞모습, 옆모습을 찍은 사진 세 장이 있고, 수출이 되고 있음을 알리는 미국에서도, 영국에서도, 독일에서도 사랑받는 젊은이의 카메라 베릭스라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띱니다. 제조사인 대한광학공업(주)의 로고와 국내 총판 회사의 이름도 보입니다. 이런 국산 카메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정부가 카메라와 필름, 인화지 등 사진용품의 국산화를 위해 독일제나 일본제 카메라 등의 수입을 금지하고, 국산품 생산을 장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품 경쟁력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입이 자유화되고 아사히, 니콘, 캐논 등과 같은 일본제 카메라가 들어오면서 순수한 국산 카메라는 더 이상 시장에서 찾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삼성, LG 등의 스마트폰에 붙어 있는 카메라가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과거 국내 카메라의 역사를 되짚어 봅니다.

 

박주석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