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진은 불교를 어떻게 표상하는가
06/20/2019
/ 박주석

한국 불교의 전통과 미학이 처음 사진으로 온전히 기록된 첫 작업은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 있던 1940년이었습니다. 물론 간헐적으로 불교 관련 사진을 찍은 사진가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기록이었습니다. 시각적 측면에서 볼 때 사찰과 스님 그리고 불상 등으로 이루어진 불교 자체를 주제로 삼은 사진 작업은 찾기 어렵습니다. 소화(韶和) 15년 그러니까 1940년 조선총독부(朝鮮總督府)가 출간한 『조선보물고적도록朝鮮寶物古蹟圖錄』 중 제2권 「경주남산(慶州南山)의 불적(佛蹟)」이 바로 그것 입니다.

사진집은 총 26장으로 구성되어 경주 남산에 산재한 계곡 별로 불상 등의 유적을 사진으로 찍어 수록했고 설명과 도판을 첨가해서 전체 111 종류의 불상과 불적이 정교한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책을 검토해 보면 남산의 불적에 관한 자료의 조사가 매우 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실린 사진 또한 지금까지 찍힌 어느 사진보다 더욱 정교하고 불상이나 불탑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좋은 사진이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1930년대 남산에는 오늘날과 달리 나무가 많지 않아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야를 잘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 작업 자체가 조선총독부의 한국의 문화재와 문화유산 전반을 전수 조사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습니다. 일본의 건축사학자이자 동경제국대학 교수였던 세키노 타다시(關野 貞, 1868~1935)가 책임자였고, 다수의 일본 사진가들이 참여했습니다. 따라서 사진가와 촬영 팀은 조선총독부 차원의 전적인 물량지원을 받았습니다. 불상을 비롯한 불적을 촬영할 때, 피사체 맞은편에 촬영대를 축조하고 올라가서 수평으로 카메라를 설치해서 피사체의 왜곡이 없이 찍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명덕, 합천가야산 해인사, 젤라틴실버프린트, 1987

광복 이후 한국불교에 관한 사진 작업으로 성취를 이룬 대표적인 사진가로는 주명덕(朱明德, 1941~ ) 선생이 있습니다. 선생은 1970년대부터 우리의 문화적 전통과 공간에 많은 관심을 가졌고, 자연스럽게 불교 관련 사진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절집을 찍은 선생의 사진은 주로 『Korean Traditions』이나 『한국의 공간』과 같은 대형 사진집의 형태로 발표되었습니다. 특히 1985년 일본의 <구룡당(求龍堂)>에서 출간된 『한국의 공간』은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주명덕 선생이 찍은 우리나라 전통건축과 사찰 등의 모습을 집대성한 사진집으로, 그중에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절집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예입니다. 

주명덕 선생은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에 관련된 작업을 많이 하던 70년대 후반에 일본의 한 출판사로부터 경주 남산에 산재한 불교 유적을 찍어서 출판하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때 선생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스스로도 꼭 하고 싶었던 이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가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경주 남산의 불적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가 출판한 책의 사진보다 더 잘 찍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선행 작업을 본 작가로서 개인의 힘으로 이보다 더 나은 사진 작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찍고 연구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후일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문화유산으로, 우리 전통공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선생의 안목과 식견을 짐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선생의 눈에 우리의 전통적인 공간인 절집은 스님들의 삶과 조화를 이루면서 조형적으로 매우 뛰어난 미의 세계였습니다. 선생께서 애정을 갖고 한국불교를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주명덕, 성철 스님. 젤라틴실버프린트, 1986

주명덕 선생은 1985년 해인사의 회보였던 『월간 해인』의 편집 일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해인사와 인연을 맺게 되어 한국불교에 관한 사진작업을 더 정교하게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듬해인 1986년 사찰의 고풍스런 창틀과 문양을 촬영해 묶어낸 사진집 『절의 문창살 무늬』를 , 1988년에는 성철(性澈) 종정 스님의 초상사진으로 엮은 사진집 『포영집(泡影集)』을 <장경각>이란 출판사에서 출간했습니다. 또 1993년에도 역시 성철 스님 열반 후 생전의 모습과 다비식 과정을 담은 사진집을 『성철 큰스님』이라는 제목으로 <장경각>에서 출간했습니다.

박주석 (명지대학교 한국이미지언어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