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록의 보존
02/06/2019
/ 이해영

우리에게 남아 있는 기록들은 많은 부분이 왕의 통치 기록들이거나 국정 관련된 기록들이다. 일반인들의 기록은 오래 보존되도록 남아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래서 가끔 어디에선가 나타나는 일반인들의 기록은 귀한 가치를 갖는다.

몇 년 전 읽었던 책 하나가 무척 인상 깊었는데, ‘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 무관 노상추의 일기와 조선후기의 삶’이라는 책이었다. 노상추라는 사람이 아버지로부터 노비 등 재산을 물려받은 시점부터 죽기 전까지 기록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처음엔 메모로 시작해서 일기가 된 내용에는, 과거에 붙었지만 벼슬자리를 못 얻고 기다리던 날들, 어렵게 조부 덕에 얻었던 먼 곳의 관직, 처음 부임했을 때에는 기생 애인들을 둔 벼슬아치에 대해 흉을 보았지만 결국 본인도 정을 주고 받았던 여인이 생겨서 관직에서 떠나면서 아쉬운 이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결혼하고 재혼한 부인들과 아이들의 죽음을 겪은 회한 등, 그 시대 양반의 삶이 고스란히 남았다. 이렇게 종이에 남은 기록들은 몇 백 년 동안 남을 수 있어 우리에게 그 시대상을 전달하지만, 전자매체에 남은 기록들은 그만큼 남기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필자가 미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2년간 일했던 직장에서는 모두 매킨토시를 사용하였다. 매킨토시를 이용해서 DB를 설계하고, 기록의 분류체계를 만들고, 색인어를 부여하여 입력하고, 입력과 사용을 위해 실무자 매뉴얼과 이용자 매뉴얼도 만들었다. 그리고 직장을 떠나면서 내가 만들었던 분류체계와 매뉴얼 등의 복사본을 3.5인치 플라피 디스크에 담아 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25년이 흘렀다. 내가 만든 자료는 어디서 어떻게 열어볼 수 있을까? 누가 매킨토시 3.5인치 플라피 디스크에 담긴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오래된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 당시 사용했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어 이에 담긴 문서를 열어볼 수 있을까? 설상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25년된 디스켓에 정보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우리가 개인적으로 남기는 많은 사진들이나 기록들은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제시간에 되지 않으면 더 이상 읽을 수 없게 되거나 소멸되어질 것이다. 오래전 남긴 기록들이 몇 백 년 이상의 생명을 유지하기란 쉽잖은 일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정보의 홍수라는 얘기가 부족할 정도로 정보도 넘쳐나고, 개개인들의 컴퓨터나 노트북 등에 저장된 사진이나 글들, 이용자들이 만들어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옛날보다 개인의 삶의 모습들은 다양한 전자 매체와 사이트들에 많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러한 디지털 공간에 자리잡은 우리의 기록들이 얼마나 오래 갈수 있을까? 몇 년 전 한 때는 커뮤니티 수가 백만에 달하던 프리챌이 지지부진하다가 서비스를 끝내게 되면서, 남아있던 이용자들이 게시판에 남은 기록의 보존이나 이관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도 있었다. SNS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가 몇 백 년 이상 모든 사람들의 기록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고, 개인들이 저장하고 있는 기록들은 더욱 더 가독성 있게 오래 보존할 수 있기가 어렵다.

오래 보존되어 남아있는 기록들은 전쟁과 화마를 거치면서 생명력을 유지해온 것들이다. 네 곳의 서고에 있었던 조선왕조실록들도 대부분 불타서 한 곳의 실록만 온전히 남았다가, 그 원본과 복사본들이 지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인이 남긴 기록은 그래서 이런 오랜 세월을 거치고 살아남기 힘든데, 앞에서 예를 든 노상추의 일기는 그래서 특별한 것이다.

요즘 일상아카이브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일반인들의 기록, 마을의 기록 등을 남기자는 것이다. 그렇게 남긴 기록들이 어떻게 몇 백 년 후에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요즘 시대를 디지털 암흑의 시대라고 한다. 실제 디지털로 남긴 기록은 종이보다 훨씬 더 신경을 쓰고 업그레이드를 해주어야만 생명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기록원도 그런 기록을 남기기 위해 보존 기록을 선별하고 오래 보존하려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들은 살아남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개인 기록들은 어떻게 될까?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 기록들이 어떻게 남도록 할지, 그리고 이러한 기록들이 도움이 될 사람들에게 어떻게 검색되고 확인을 할 수 있도록 할지, 오랜 시간의 관심과 많은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이들의 조상이 될 ‘우리’들의 기록과 사진들을 남기고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기록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이다.

 

* 이해영  (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 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