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의 마음을 훔쳐라
12/12/2018
/ 이해영

우리나라의 도서관, 기록관, 문화자원 기관 등은 아직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거니와,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많이 부족하다. 박물관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기록관 등은 훗날의 이용자들을 위한 보존을 중요시하고, 현재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방문하는 이용자가 중요하고 그들에 대한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경험했던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는 참 감동적이었다.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보스톤에서 살 때, Museum of Fine Arts에서 진행하는 어린이를 위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에 몇 주 참여를 했는데, 쉽게 설명하는 좋은 내용에 감탄하며, 나도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인상에 남는 한 가지는 이집트 조각은 남자들이 서있는 모양은 꼭 왼쪽 발을 앞으로 내밀고 있고, 아이들이 같이 있다면 무릎 사이즈 정도로 작게 만드는데, 이는 남자들이 힘이 강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런 식으로 어떤 날은 인상파와 고전파 그림을 비교해서 보여주며 설명하는 등, 다양한 주제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었고, 그러한 다양한 이용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또 감동적인 것은 도서관이었다. 들어가면 사서들이 무엇이든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었고, 데스크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조금이라도 헤매는 듯이 보이면 단박에 달려와서 May I help you?나 How can I help you?를 외치고 바로 도움을 주었다. 조금이라도 뭘 찾고 있으면 바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보는 게 참 신기할 정도였다. 간호사였던 지인은 한국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미국 병원에서 근무를 했는데, ‘교과서에서 들었던 환자에 대한 지극 서비스를 이곳은 정말 그대로 하더군요. 교과서에서만 그렇게 하라는 것인 줄 알았는데..’ 하고 얘기를 했다.

어쨌든 한국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경험들이었는데, 그렇게 몇 년을 지나고 한국에 돌아오니 우리나라의 고객 서비스도 참 많이 좋아져있었다. 외려 백화점이나 큰 마트 등은 몇 년 전에 다시 가 본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더 서비스가 좋아지고 친절해졌다. 그렇게 많은 시민들이 다양한 곳에서 경험하는 좋은 서비스를 우리나라 문화자원 기관이나 기록관, 도서관 등에서도 제공할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직접 방문을 하거나 관련 회의에 가보면 여전히 많은 곳에서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

대면 서비스도 물론 요청을 해야 마지못해 이뤄지는 곳이 많을뿐더러, 이용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웹에서도 이용자들이 스스로 자료나 사진 등을 어떻게 검색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웹의 사용성에 대한 좋은 책 하나는 제목이 ‘Don’t make me think’이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용자들이 바로 직관적으로 웹에서 무엇이든 찾아볼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 목록처럼 사진이나 기록을 찾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내용으로 채워져서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메타데이터는 내용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진이나 동영상, 스캔된 자료 등은 검색을 잘 하기 위해서는 알찬 내용으로 채워져야 이용자들이 검색을 쉽게 할 수 있는데, 사진의 제목조차 img_05 식으로 엉망인 곳도 많다. 이용자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지 않은 것이다. 물론 예산 문제도 늘 있고, 더 시급한 업무용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일도 많다.

이용자들을 위해 좋은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기관의 자료들을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이렇게 만든 내용이나 자료들은 찾기 쉽게 메타데이터의 내용을 정확한 내용을 채우되, 다른 기관들과의 공유나 통합 검색도 고려해서 표준 포맷으로 만들면 좋겠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전시도 사진과 패널로만 덜렁 채우지 말고, 설명이 많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들을 잘 검색하게 해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멋지게 만들어 잘 찾아볼 수 있게 해주면 더 좋지 않겠는가. 학생들에게 늘 얘기한다. 어떤 일을 하다 결정을 내리기 어려우면 내가 이용자라면 무엇을 바랄까, 어떻게 해주기를 바랄까를 생각하고 판단하면 제대로 된 길이 보일 것이라고.. 이용자의 마음을 살 다양한 방법들을 기록관이나 문화자원기관에서 더 많이 고민하고 제공하면 좋겠다. 결국은 만족하는 이용자들이 존재해야 기관의 존재가치가 더 올라감을 기관들이 많이 인식하면 좋겠다.

 

* 이해영  :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 전문대학원 교수